체감물가

‘세종대왕의 위엄이 신사임당에게 밀려났다’ 장바구니 물가에서 나온 요즘 항간의 주부들 이야기다. 전에는 만원짜리 한두 장 들고 나가도 장바구니를 그런대로 채울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만원짜리 서너 장으로도 모자란다는 것이 주부들 하소연이다. 5만원짜리 한 장은 들고 나가야 장을 제대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신사임당의 초상화가 든 오만원권에 비해 일만원권에 그려진 세종대왕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올 하반기에 물가가 또 오를 조짐이다. 연탄·전기·가스 등 요금이 줄줄이 인상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그간 경제 위기로 인상 요인을 억제해왔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나, 인상 폭을 최대한 억제할 것이라고 한다. 올리는 것은 확실하고 다만 얼마나 올리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정화조 청소료·쓰레기봉투·상하수도 등의 요금도 들먹인다. 흔히 하는 얘기가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원가 절감으로, 인상 요인을 흡수하라고 한다. 말은 공자 말씀 같지만 실제론 개나발 같은 소리다. 그렇게 해서 인상을 하지 않은 예는 고사하고, 그런 노력을 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이상한 것은 정부가 밝힌 경제지표와 서민들이 느낀 체감지표가 크게 다른 사실이다. 여기에 새삼 정부의 경제지표를 일일이 열거할 것도 없이 ‘경제가 좋아졌다’ ‘경제 위기는 벗어났다’는 것이 당국의 발표다. 그러나 서민경제는 좋아진 것도 없고, 여전히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발표가 거짓말은 아니다. 다만 그 같은 지표가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데 문제가 있다. 물론 대기업이 잘 돼야 한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의 대기업 수출은 더 잘 돼야 한다. 그러나 경제구조에는 대기업만이 있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 또한 잘 돼야 하는데 중소기업은 태반이 허덕인다. 서민경제는 중소기업과 연관된 측면이 또한 많다.

 

대통령은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여당도 서민경제를 강조하고, 야당도 서민경제를 강조한다. 이토록 염려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서민경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서민층의 꿈은 소박하다. 땀 흘릴 일자리와 땀의 대가가 헛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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