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입장 표명을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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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 김태호(총리 후보자) 신드롬은 약인가? 독인가? 8·8 개각이 불러들인 게 난데없는 김태호 타령이다. 때 아닌 차기 대권 주자 간 포화가 제법 거세다. 이명박(대통령·MB)의 ‘김태호 분신’ 발언은 이에 끼얹는 기름이 됐다.

 

MB의 친서민정책이라는 것은 민생 안정이다. 서민들은 벌어먹고 살기에 바쁘다. 아직도 먼 얘기인 차기 대통령감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개헌론 따위도 마찬가지다) 친서민 정책을 표방한다면서, 친서민 정서와 동떨어진 대권 주자 구도를 유발, 8룡이니 9룡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은 생뚱맞은 소리다.

 

첫 포문을 터뜨린 것은 김문수(경기도지사)다. “자고 나면 총리가 나오고, 또한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행세를 한다)”라면서 중국의 예견된 지도자(정치 질서를)를 예로 들었다. 이에 가만히 있거나, 총리 후보자의 입장에 그친 말로 대응하면 될 김태호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맞받아 친 것은 경솔하다. MB의 ‘분신설’에 겹쳐 본인 또한 낙점받은 차기감으로 과시한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태호, MB 차기 의중 맞는가

 

궁금한 것은 MB의 침묵이다. 현재로썬 국회에서 김태호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인사청문회에서 김태호의 대북, 노동 문제 등 인식에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고 벼른다. 그러나 김태호에 대한 그런 인식의 문제보다는, 그의 기용을 집권 후반기 친정 체제 강화로 보는 야권의 무조건적 반대가 예상된다.

 

‘설상가상’인 것은 박근혜(의원) 계열의 변수다. MB의 김태호 차기주자 낙점론은 그러잖아도 박근혜의 입지를 좁힌 8·8 개각에서, 노골적으로 등 돌리는 신호탄이 됐다. 이래 가지고야 두 사람이 만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박근혜의 청와대 회동 무용을 주장하는 친박 의원들 말은 일리가 없지 않다. 박근혜는 여전히 의문의 침묵을 지키고 있다.

 

만일, 친박계가 야권과 동조하여 임명동의안에 부표를 던진다면 ‘김태호 총리’ 카드는 불발이 될 공산이 있다. 이 경우, MB가 입는 정치적 치명상은 예사가 아니다. 국민사회의 소통과 화합을 기한다는 개각이 당내 소통, 화합도 이루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총리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면 8·8 개각의 내각 구성 또한 차질을 빚는다. 비록 형식적이나마 헌법상 국무위원 임명을 제청할 국무총리가 공석이기 때문이다.

 

김태호는 자신이 “소장사 아들”이라고 했다. 불우한 환경을 극복, 도의원 등을 거치면서 40대 경남도지사를 두 번이나 지낸 것은 범상치 않긴 하다. 그러나 그가 어떤 도지사였는진, 역량을 들은 적이 없다. 경륜 또한 아는 바 없다. 나이가 젊다고 꼭 소통과 화합을 이루는 것도 아니다. 총리로서도 미지수의 인물을 대뜸 대권 주자 반열에 올리는 것이, 기존의 여권 잠룡들에 대한 MB의 견제구라면 성급하다.

 

분란 자초시 서민 정서 멀어져

 

아니, 현직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을 염두에 둘 이유가 없다. 차기는 정치권 내의 일이다. 이를 현직 대통령이 간여하는 것은 되레 동티를 내기 십상이다. 정권을 야당에 넘기지 않고, 여당에 물려주고 싶은 요량이라면 할 일이 따로 있다. 현직 대통령은 현직에 충실하는 게 소임이다. 대통령 노릇을 잘해 국민사회의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 정권을 수직 이양하는 길이다.

 

하물며 MB가 후계자를 자기 손으로 키우겠다면 평지풍파만 일 뿐, 성공할 수 없다. 그것은 공당을 무시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시대 착오적 발상이다. 여권의 내분과 혼란을 가져와 대통령 일을 수행하는 데 지장만 유발한다.

 

MB에게 갖는 이 같은 의문이 기우라면 당장 밝혀야 한다. 김태호 카드는 총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차기와 무관하다는 것을 공표해야 된다. 물론 김태호 본인에게도 문제가 있다. 마치 MB의 의중 적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도 볼썽사납지만, 그래도 책임은 MB 당자에게 있다.

 

지금이 어느 땐가? 예컨대 남북관계는 내일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이란 제재의 동참 여부는 딜레마에 빠졌고, 친서민정책 관련의 부동산 및 세제 등 난맥상은 정비가 시급하다. 한가하게 차기론 분란으로, 시일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MB의 입장 표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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