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상승 우려 탓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경기 회복 전망에 바탕을 둔 금리 인상 등의 '출구전략'이 유지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0일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발표한 성명에서 가계 지출은 점차 늘고 있으나 높은 실업률, 소득의 완만한 증가, 부의 가치 하락, 신용경색 등을 경기회복의 장애물로 적시했다.
기업은 설비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있으나 여전히 비거주용 건물에 대한 투자와 신규고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이에 따라 연방기금 정책금리를 종전과 같이 연 0∼0.25% 수준으로 동결하고 앞으로 '상당 기간에 걸쳐' 초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11일 나온 중국의 경제지표 역시 고성장 국면이 꺾일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7월 수입은 작년 동월 대비 22.7% 증가했다. 30%대 증가를 예상한 시장 기대에는 크게 못미쳐 중국의 내수소비 시장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중국의 내수소비는 글로벌 경제를 지탱하는 촉매로 여겨졌는데 이 부분이 의심을 받으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 일제히 하락
우리 증시를 비롯해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22포인트 내린 1,758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 지수도 7포인트, 1.46% 내린 475로 마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여파로 닛케이지수는 2.7% 급락했고, 타이완 가권 지수도 1% 이상 내렸다. 호주와 홍콩증시도 각각 1.14%, 1.28%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여온 아시아 주식시장이 기로에 서게 됐다.
◈국내 경기 연내에 꺾일 수도
한국경제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성장 전망치가 6%를 넘나들정도로 현재까지는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최대 수입국가인 미국시장을 비롯해 선진국 경기가 후퇴할 경우 우리나라 역시 그 파장을 비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연내 경기흐름이 꺾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어제 보고서에서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중이고 중국 경제성장률도 올해 1분기를 정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국내 경기가 4분기에 하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10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예사롭지 않은 비정상적 불확실성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성장통' 불과하다는 낙관론도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에 무게를 두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달 말 발표된 미국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기준 2.4%로 전분기의 3.7%에서 크게 낮아졌다.
연준의 성명은 이 같은 현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일 뿐 새삼스러운 악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NH증권의 조성준 연구위원은 "어차피 미국과 중국의 긴축정책은 불가피했었고, 한국 등 아시아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위험자산선호도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둔화돼도 급격한 경제성장 후에 당연히 거치는 단기적 조정의 과정으로 봐야하며 경기둔화가 진행될수록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 발목 잡히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온 미국의 경기둔화 소식은 한국의 출구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 연준이 미국의 경기 둔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등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하면서 출구전략의 고삐를 조이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경기의 침체, 가계와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 가중 등을 고려해도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와 함께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달에도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예측하는 이유는 하반기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이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는 2.6%로 아직까지 적신호가 켜진 것은 아니지만, 하반기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이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역시 물가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를 기준금리 인상의 주요 이유로 들었다.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린다면 그만큼 물가상승에 대한 정부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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