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A씨는 임신 40주에 아가가 놀지 않는다고 병원으로 왔다. 태아의 심장음을 여기 저기 찾아도 들리지 않아 태아 초음파를 해 보니 태아의 심장은 멈춰 있었다. 아가의 크기는 임신 주수에 비해 큰 편이었고 양수도 많은 편이었다. 예정일이 다된 태아가 왜 사망했을까.
A씨는 첫째 아이 임신 때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았었다. 그 당시엔 힘들었지만 식이요법도 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서 비교적 당뇨 조절을 잘 했고 건강한 아기를 분만했다. 분만 후에는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다시 당뇨 유무를 체크하자고 했는데 A씨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밤새 굶고 아침도 굶고 가서 맛이 이상한 설탕물을 들이켜야 하는 게 싫었고 당뇨 진단이 내려지면 맛있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때마다 혈당 체크하는 것도 진저리 나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 후 3년의 시간이 지나서 둘째를 가졌다. 첫째 만큼 임신에 대한 설레임도 없고 첫째가 떨어지지도 않으려 해서 병원가는 게 소홀해졌다. 산부인과에 가끔 가서 초음파만 하고 의사가 검사해보자는 여러 가지 검사에 대해서는 다른 병원에서 했다고 둘러대고 검사 결과는 괜찮았다고 해버렸다. A씨는 친정 쪽으로 부모님이 모두 당뇨병이 있었고 첫째 임신 시 임신성 당뇨가 있는 당뇨의 가족력과 과거력이 있는 임신성당뇨의 고위험군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임신 중 당뇨병의 빈도는 2.2~3.6% 정도로 임신 중 당뇨병이 적절하게 치료되면 태아사망율은 일반 정상 임신부와 별 차이가 없지만 임신전부터 당뇨가 있는 것을 모른 경우와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 진행이 많이 된 경우엔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이 사산을 할 수 있다. 사산외에도 임신 전부터 당뇨가 있는 경우인 현성 당뇨에서는 태아 기형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자연 유산의 위험도 높아질 뿐 아니라 양수과다증, 거대아, 태아발육부전, 조기 분만 등의 합병증 발생도 증가한다. 임산부에게는 임신중독증,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합병된 질환으로 인해 임산부 사망의 위험도 증가한다.
사산·조기분만 등 합병증 우려
임신 24~28주 사이 검사 받고
분만후 당뇨 유무 체크 바람직
임신성 당뇨병은 현성 당뇨병과는 달리 임신 중에 발견돼 분만이 이뤄지면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되고 임신 중 합병증 발생도 현성 당뇨병보다는 적지만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현성 당뇨병에서 볼 수 있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은 임신성 당뇨병에 대해 고위험군이어서 임신 24~28주 사이에 임신성 당뇨병에 대한 진단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하고 임신성 당뇨병의 과거력이 있었다던지 가족력이 있는 경우, 소변 검사에서 당이 많이 검출될 경우에는 임신 24주가 되지 않았더라도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A씨는 첫째 임신 시 임신성 당뇨를 가지고 있었고 부모님이 당뇨가 있는 당뇨에 대한 고위험군이었음에도 검사를 받지 않았고 제대로 혈당 조절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임신성 당뇨를 가졌던 환자에서 많은 환자가 훗날 현성 당뇨로 이환될 수 있고 임신 중에 진단 받은 당뇨가 현성 당뇨인지 임신성 당뇨인지 구별이 어려우므로 분만 후에 다시 당뇨 유무를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귀세라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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