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기피 외국인 근로자까지 확산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들마저도 농촌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17일 오후 1시께 오이·상추 등의 농사가 한창인 여주군 대신면 9천여㎡ 규모의 한 비닐하우스 농가. 30도를 웃도는 날씨속에서 농민 H씨(52)는 말도 통하지 않는 태국인 근로자 3명에게 농사일을 지시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임금 올려도 인력 구하기 어려워 불법체류자 고용도
H씨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태국인 근로자들을 답답해 하면서도 작업 중간중간에 음료수를 제공하는 등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H씨가 이처럼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함께 일하던 외국인근로자들이 말도 없이 사라지면서 지난 2년간의 공들였던 농사를 망쳤기 때문이다.
H씨는 지난 2008년 캄보디아 근로자 3명이 도망간데 이어 지난해 2명의 태국인 근로자 2명까지 도시로 떠나면서 수천여만원의 손해를 입어야 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마저 구하기 어려워 어쩔수 없이 불법체류자까지 고용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올해 농사를 망치지 않기 위해 월급도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올리고 쌀이나 부식, 용돈까지 주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붙잡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시 일죽면에서 토마토·애호박 농사를 짓는 Y씨(42)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6월 근로계약을 맺었던 중국인 근로자 2명 중 1명이 종적을 감추면서 농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 Y씨는 대체인력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모시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실정이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마저 농촌을 기피하면서 도내 상당수의 농가가 인력수급 차질로 울상짓고 있다.
이에 따라 안성, 여주 등의 농가들 사이에서는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 이웃농가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끌어오는 등 쟁탈전 양상이 빚어지고 있으며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농가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불법체류자까지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농민회 경기도연맹 관계자는 “농촌기피현상이 외국인들에게까지 확산되면서 도내 대다수 농가들이 인력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농촌에 근로하는 외국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