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타작도 안돼…” 비바람에 쓰러진 農心

8월에 물폭탄… 태풍 ‘곤파스’ 북상 농가 비상

수확 앞둔 여주 가남면 들녘

 

“반타작도 안 되지만 이거라도 건졌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30일 여주군 가남면 정단리 이경순씨(49·여)의 논. 이씨가 침통한 표정으로 비바람에 쓰러져 누운 벼(올벼, 히도부메리)들을 추스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벼가 여무는 8월 한달간 일조량과 강우량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되지만 올해의 경우 비가 많이 왔을 뿐만 아니라 일조량도 턱없이 부족해 이씨의 논 벼들 대부분이 웃자라면서 쓰러졌기 때문이다.

 

이씨가 땅을 빌려 짓고 있는 5마지기(1마지기 약 200㎡)의 논에서 쓰러진 벼를 수확해 얻은 소출은 700kg짜리 2가마가 전부였다. 풍작일 때는 5가마까지도 나오지만 올해는 반타작도 못한 셈이다.

 

더욱이 이씨는 논을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는 상황으로 땅 주인에게 6마지기 기준 4가마 반(80kg)을 도지세로 내야 하고, 여기에 비료나 기계 비용 등을 제외하면 올 농사 자체가 적자를 본 것이다.

 

이씨는 “200마지기의 농사를 짓고 있지만 대부분 날씨 탓으로 수확률이 저조, 속만 까맣게 타고 있다”면서 “하늘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고 탄식했다.

 

설상가상으로 태풍 ‘곤파스’가 올라오면서 이씨는 그나마 제대로 서 있는 벼들이 쓰러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성시 죽산면 죽산리 추청쌀 농사를 짓는 유모씨 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최근 국지성 호우가 계속되면서 4천㎡의 벼 대부분이 쓰러져 예년보다 30% 이상 수확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올해 잦은 호우과 일조량 부족으로 도내 쌀농가들의 수확률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 농가마다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8월의 강수량은 361.8mm로 2008년 8월 217.2mm, 2009년 207.1mm보다 60% 이상 높았으며 일조량 역시 126시간으로 지난 2008년 8월 209.9시간, 2009년 8월 176.2시간 등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상기자 dharma@ekgib.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