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 지나간 도내 과수 농가
“새벽에 하도 바람이 불어 나가봤더니 배들이 전부 떨어지더라구요. 그냥 지켜볼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죠.”
2일 오전 안성시 공도읍 만정리 박영희씨(45·여)의 배과수원. 작은 봉투에 쌓인 배 수천개가 나뒹굴고 있는 등 처참한 모습이었다.
정작 주렁주렁 배가 달려있어야 할 배나무 가지에는 듬성듬성 열매가 달려있을 뿐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배들은 아직 다 익지 않은 것들로 상품 가치가 떨어져 내다 팔 수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1~2주만 배가 더 익었으면 배 즙이라도 짤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고 버려야 한다며 박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3분의 1정도 수확이 가능하다고 할까요…”
배나무 가지에 매달린 배 역시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한번 흔들렸던 배들은 가지가 약해져 작은 힘만 가해도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더욱이 크기가 작은 것들은 이제 흔들려서 더이상 자라지도 않는다.
박씨는 농장 4만3천백㎡에서 20㎏짜리 궤짝 7천개 정도가 평균 생산량이었지만 올해는 그 반인 3천5백궤짝만 나와줘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평택시 진위면 가곡리에서 1만3천2백여㎡ 규모의 배농사를 짓고 있는 권혁창씨(65) 과수원도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올초 냉해를 받은 것까지 포함하면 50% 이상 피해를 입었다는 권씨는 50년간 배농사를 지어왔지만 올해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 어떤 태풍이 왔어도 10% 이상 배가 떨어지는 경우가 없었지만 이번 태풍으로 인해 배 3분의 1이 떨어졌다.
권씨는 “오랜 배농사 경험으로 그나마 내 피해는 적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피해가 많았다”며 “주변에는 이번 피해로 50~60%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아 큰일이다”고 말했다.
최해영·유진상기자 dharma@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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