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근로자 ‘서러운 추석’

8월말 현재 도내 4만3천743명 진정 액수만 1천932억원 달해

지난 7일 오후 9시2분께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소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수원지청 앞에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수원의 한 모텔 공사현장에서 한달간 일한 임금을 받지 못한 주모씨(47)가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신문지를 이용해 불을 붙여 분신자살을 시도하려 한 것.

 

그러나 주씨는 다행히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제지를 당하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분신·고공시위 잇따라… 중부노동청 “악덕 사업주 철저 조사”

 

분신자살을 시도한 주씨는 업체로부터 한달간 일한 임금 270여만원을 받지 못해 지난달 수원지청에 진정을 접수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자 이 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수원지청은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같은날 밤 10시께는 화성시 반송동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김모씨(41) 등 근로자 3명이 3개월치 임금 1천4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36층 높이 옥상에 올라간 뒤 로프를 이용, 벽에 매달린 채 2시간이 넘도록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업체측이 밀린 임금을 지급하자 시위를 멈췄지만 결국 집시법 위반으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처럼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체불임금 근로자들이 분신이나 고공시위까지 벌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경기지역에 3만1천18건의 임금체불에 관한 진정이 접수돼 4만3천743명의 근로자들이 1천932억7천800여만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3주간을 추석맞이 체불임금 청산 집중 지도기간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만 가고 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근로자의 생계안정을 위해 체불임금 조기 해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악의·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질서 확립을 위해 구속수사 등 근로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인묵·권혁준기자 khj@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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