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세우기 없는 ‘스스로 학습’ 결실

<혁신학교를 가다>  ② 양평 조현초등학교

 

혁신학교 2년차인 양평군 조현초교는 지난 2007년 9월 교장공모제에 의해 평교사였던 이중현씨가 이 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것 부터가 파격이고 혁신이다.

 

도교육청의 혁신학교 지정 전부터 조현초교는 이중현 교장의 혁신적 교육과정이 학생과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이 학교가 자체 제작한 생활통지표는 타 학교와 전혀 다르다. A4 2장짜리 학교생활통지표엔 서열을 가늠할만한 숫자도, ‘수우미양가’도 없다. 각 교과의 평가영역이나 학습발달 상황, 특기적성 활동 등의 항목에 모두 학생의 의견이나 생각을 적고 자기자신을 평가토록 하는‘거꾸로 보는 통지표’다.

 

교사에 의한 학생의 평가가 극히 제한적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조현초교만의 혁신적인 ‘조현 교육과정 9형태’ 에 대한 각 항목별 학습상황을 학생 스스로가 논술식으로 작성하는 통지표다.

 

‘조현 교육과정 9형태’는 한마디로 학력향상과 지역사회의 장점을 살리고 학생중심의 교육을 통칭하는 교과 교육의 재구성이다.

 

학생 스스로 자동차나 공룡, 우주 등 관심영역을 정해 일정 기간 후 발표토록 하는 수업이 있는가 하면, 학교 주변의 임대한 논에서 학생들이 우렁이농법의 논농사를 체험하는 것도 교과과정에 녹아있다.

 

국어, 수학, 사회 등 분과 학습체제속에서의 단순 지식교육을 탈피, 하나의 주제를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토론형, 체험형 교육도 이색적이다.¶매주 특별활동 시간에는 전적으로 학생회가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한다. 허수아비 만들기, 미니체육대회, 패션쇼, 예능발표회 등은 모두 학생 스스로가 제안한 자치활동들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인사를 초청, 대화의 시간을 갖는 ‘네꿈을 펼쳐라’ 프로그램도 있다.

 

‘수우미양가’ 없이 내가 작성하는 ‘거꾸로 보는 통지표’

체험·특기·적성 살린 다양한 맞춤 교육 만족도 높아

학생·학부모·교사 삼위일체… ‘가고싶은 학교’ 변신

그동안 학생들은 이영은 영화감독과 오지혜 영화배우, 장차현실 만화가 등과 소중한 대화를 갖기도 했다. 또 이 학교 수십여명의 학생들은 매년 중국에 간다. 상둥성의 ‘양광100소학교’ 와 자매결연의 인연을 3년째 이어가는 조현초교의 학생들은 중국의 학생들과 교류협력과 우정을 나누기 위해서다.학부모들의 참여 또한 남다르다.

 

매년 가을 교사와 학부모가 직접 공연을 기획, 학생들의 솜씨자랑이 아닌 교사와 학부모가 학생들에게 솜씨를 자랑하는 ‘거꾸로 보여주기 축제’가 열린다. 그동안 교사와 학부모들은 난타공연과 에어로빅 등을 선보였고 올초 결성된 학부모밴드 동아리가 올해의 공연을 위해 한창 연습중이다. 부모들이 학생의 문제나 봉사를 위해 학교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부모, 교사가 교육과정속에서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학교인 셈이다.

 

조현초교는 이렇듯 모든 것이 학생의 정체성과 존재감에 초점을 맞춘 거꾸로 생각하는 학교다.

 

3~4년 전만 해도 폐교위기라는 말이 늘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던 전교생 100여명 수준의 조현초교가 최근 혁신적 학교를 찾는 도시민들의 역러시 열풍으로 현재 207명(유치원 21명 포함)에 달하는 버젓한 명품학교로 거듭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학교에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줄을 서 있는데다 갑작스런 전학 열풍에 주변에는 전세와 집 지을 땅을 구하려는 도시민들이 몰리면서 펜션이 전세집으로 바뀌는 등 주택 품귀현상까지 빚을 정도다.¶이중현 교장은 “학교의 통지표는 학교의 교육방식이 획일적일 수 없듯이 학교마다 달라야 정상” 이라며 “다양한 체험교육과 특색있는 토론식 교과과정으로 사물이나 사안을 바라보는 안목과 비판능력을 향상시켰다면 이를 충실히 담아낼 수 있는 서술형 평가방식의 특색있는 통지표는 당연하다” 고 말했다.  양평=조한민기자 hmcho@ekgib.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