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투신자살’ 뒤늦게 밝혀진 진실

“남편 상습폭력” 유서 발견… 경찰, 40대 구속

돈 문제로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한 아내가 5살배기 딸과 바다에 투신자살한 사건의 전모가 영원히 묻힐뻔 했다가 아내의 유서가 뒤늦게 발견되면서 풀리게 됐다.

 

안양동안경찰서는 부인과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폭처법 상 집단·흉기 등 상해)로 C씨(42·회사원)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딸이 있는 L씨(38)와 2005년 1월 결혼한 뒤 수시로 돈을 달라며 L씨와 딸(9)을 학대했다.

 

경찰조사 결과 C씨는 2008년 3월25일 오후 5시께 군포시 집에서 돈 문제로 싸우던 중 흉기로 L씨의 우측 무릎을 찔러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고, 의붓딸을 2차례에 걸쳐 때리는 등 상습적인 학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을 견디다 못한 L씨는 지난 4월 초 두 딸과 함께 전남 해남에 있는 친정집으로 내려간 뒤 지난 5월14일 C씨와 사이에서 낳은 5살짜리 딸과 함께 바다로 투신해 숨졌다.

 

이후 지난 7월 L씨의 가족들이 발견한 유서로 인해 투신자살의 이유가 밝혀졌다.

 

유서에는 ‘남편이 돈 내놓으라며 때려 못살겠다. 월급도 제대로 안 갖다주고 내 카드까지 써 신용불량자를 만들려 한다. 생을 마감하려 하니 남편을 엄벌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유서와 함께 병원 8개소에서 치료받은 근거를 토대로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가한 C씨를 구속했지만, C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양=이명관기자 mk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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