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희망홀씨’ 무늬만 서민상품?

대출대상 기존상품보다 지나치게 넓어져 은행 저신용 대출 축소시키는 부작용 우려

금융권이 저신용자 등을 위해 대출상품으로 내놓은 ‘새희망홀씨’가 무늬만 서민상품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종전 희망홀씨 상품에 비해 대출신청 가능자가 지나치게 넓어져 은행이 저신용층 대출을 줄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서민금융 지원 활성화 차원에서 희망홀씨를 대체할 새로운 서민금융상품으로 새희망홀씨를 내놓았지만 대출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서민상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출신청 가능자가 희망홀씨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였지만 새희망홀씨는 여기에다 5~6등급까지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개인신용평가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신용등급자료를 확보한 3천834만5천555명 중 희망홀씨 대상자인 신용 7~10등급 인원은 793만7천66명으로 전체의 20.7%다.

 

하지만 새희망홀씨 이용 가능자는 2천220만4천108명으로 전체의 57.9% 수준으로 늘어난다. 7~10등급 인원의 배 수준인 5~6등급 1천426만7천42명이 대상에 추가되기 때문이다.

 

소득 기준으로 보더라도 희망홀씨는 연소득 2천만원 이하였지만 새희망홀씨는 3천만원 이하로 소득금액이 50% 늘어나 대상 인원이 크게 증가한다.

 

은행들은 새희망홀씨 대출 대상을 확대한 것이 은행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저변을 넓히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하지만 오히려 저신용층 대출을 축소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은행들이 부실대출을 줄이려면 저신용층보다는 새롭게 대출 대상에 추가된 5~6등급 대출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희망홀씨 사례만 보더라도 7~10등급 대출자를 100%로 봤을 때 7등급 비중이 43.9%, 8등급 31.5%, 9등급 15.6%, 10등급 9.0%여서 상대적으로 신용이 높은 7~8등급에대출의 75.4%가 이뤄지는 쏠림현상이 발생했다. 실제 희망홀씨 대출액은 7월 1천304억원이었으나 특례보증이 사라진 8월에는 1천102억원으로 2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여기에다 은행권 대출자 중 5~6등급 비중이 가장 높아 이들을 대출 대상에 포함할 경우 영업이익의 10%를 새희망홀씨 대출 한도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식은 죽먹기’라는 지적도 있다.

 

KCB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대출자 700만4천734명 중 등급별로 5등급과 6등급이 각각 18.2%, 15.7%로 가장 많았고, 2등급(13.4%), 4등급(11.4%), 3등급(10.4%), 1등급(10.2%), 7등급(8.9%), 8등급(6.4%), 9등급(3.4%), 10등급(2.0%) 순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보증이 없어진 이후 저신용자 대출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서민금융상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계층이 골고루 대출을받을 묘안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 경영실태 평가시 저신용·저소득 계층에 대한 대출실적과 경영진의 노력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원래 취지대로 저신용층 대출이 원만히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복기자 bo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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