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생협 중심으로 공동체 생활 현대 자본주의 문제 해결책 시사
서울 마포구에는 해발 66m 높이의 성미산이 있다. 산 아래 반경 1km 남짓한 일대에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공동체 마을이 있다. 웬만한 것은 마을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곳이다. 마을 이곳저곳이 공동육아 어린이집, 방과후학교, 작은나무(카페), 두레생협, 동네부억(반찬가게), 되살림(재활용)가게, 성미산밥상(식당), 성미산학교, 성미산마을극장, 마을아카이브 등으로 빼곡하다. 보이지 않는 활동조직도 많다. 성미산 대동계, 차두레(카세어링조합), 한땀두레(봉제조합), 비누두레, 마포희망나눔, 성미산FM, 두루(지역화폐), 성미산배움터, 성미산축제 등이 그러하다. 이 밖에 음악, 춤, 그림, 스포츠 등 동네 사람들이 문화활동을 함께 하는 동아리도 50여개 있다.
이 모두는 동네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들이다. 동네 시설과 활동조직들은 거미줄 같이 서로 연결돼 있는데, 그 중심에 두레생협이 있다. 동네사람 3천여명이 출자해 운영하는 생협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합 활동들이 가지쳐 나와 있다. 성미산 학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12학년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대안학교로, 생협 조합원들이 다시 조합을 만들어 은행으로부터 30억원을 대출받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합주택을 짓는 활동이 활발하다. 기존 조합원 3~4가구가 공동출자해 땅을 매입하고 공동으로 설계하며 공동공간을 중심으로 세대별 거주공간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주택이 지어지고 있다.
동네시설과 조직들은 모두 동네 사람들이 도와가며 살아가기 위한 필요성에서 생겨난 것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공동체 활동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라 부르는 성미산 동네경제가 돌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마을경제의 중심이 되는 생협의 경우 2009년 매출액이 40억원에 달했다. 그 중 20%가 수익으로 조합원에게 배당되었다. 생협이 취급하는 2천여점에 달하는 생활재(품목)의 수급망은 동네 안팎으로 다양한 대안 경제활동의 거래망을 만들어내고 있다.
동네 사업체들이 운영되면서 보육교사, 봉제사, 요리사, 가계점원 등 150여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고용에서 얻은 소득은 동네소비를 통해 마을경제가 돌아가게끔 하는데 다시 투입된다. 71명의 동네사람들이 출자해 운영하는 성미산 대동계는 마을의 공적 자금의 원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조합원 사이의 경제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두루’라는 지역화폐도 사용되고 있다.
성미산 마을은 이렇듯 단순한 주거 공동체만 아니라 경제 공동체까지 결합돼 있다. 해외시장의 지향적이고 대기업 주도적인 주류의 경제시스템과 달리, 성미산 마을경제는 공동체의 일상 삶과 유기적으로 통합돼 있다. 일하는 주부들이 조합을 만들어 반찬을 만들어 나눠 갖는 반찬가게, 자녀의 아토피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유기농 아이스크림 가게, 농민의 소득 보전을 도우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받기 위해 운영하는 생협 등은 모두 공동체와 시장의 논리를 결합해 운영하는 마을사업이다.
성미산 마을경제는 칼 폴라니가 말하는 ‘시장이 사회에 포함돼 있는 경제’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폴라니에 의하면 오늘날 자본주의에서는 시장이 사회(공동체)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넘어 사회 자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는 모두 이로부터 발생한다. 성미산 마을경제는 이런 점에서 현대자본주의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갈 수 있는지를 시사해 준다. 특히 우리의 현실에서 성미산 사례는 대안경제를 어떻게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의 경제적 삶을 어떻게 살찌워야 하는지에 대해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조 명 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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