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라남도 광양시에서 주최하는 포럼에 ‘이순신 대교 개통에 따른 효과’라는 기조발표를 하러 간 적이 있다. 이순신 대교는 다리와 다리 사이의 간격을 의미하는 주경간이 1천554m로 인천대교의 800m보다 거의 2배 정도에 이르며 준공되면 세계에서 4번째 규모가 된다고 한다. 주탑의 높이 또한 270m로 63빌딩의 높이와 자웅을 겨룬다고 한다. 인천대교가 개통할 때 수도권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생겼다며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구경하러 갔었다.
‘왜 사람들은 이처럼 거대한 규모, 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또는 가장 긴 등의 수사를 좋아하는가?’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 중 부와 명예에 관한 욕구는 많은 사람들이 이루고 싶어 하는 욕구다. 현실적인 제약으로 최고의 자리에 이르지 못하지만 무엇인가 최고라고 명명되는 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최고라고 명명되는 ‘랜드마크’가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다.
대리만족 원하는 사람들 심리 대변
랜드마크는 ‘경계표로, 탐험가나 여행자 등이 특정 지역을 돌아다니던 중에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표식을 해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뜻이 더 넓어져 건물이나 상징물, 조형물 등이 어떤 곳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의미를 띨 때 랜드마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인터넷 백과사전은 설명한다.
내몽골을 지난 여름에 방문했다. 일행과 함께 비교적 높은 구릉지에 있는 ‘오보’에 도달하기 위해 숨을 헐떡이며 올라갔다. 오보는 신성시되는 산 위나 호수·강가, 목지·수렵지의 경계가 되는 산·강·고개·길 등의 근처와, 라마교 사원의 경내 등에 축조된다. 오보는 행인들이 지나칠 때 공물을 바치는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제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정표나 경계표가 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전형적인 ‘랜드마크’다. 오보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파란색 천 ‘하닥’이 매달려 있고, 오색의 룽다가 주위에 펄럭인다.
몽골인의 내면에 살아 숨 쉬는 랜드마크는 하늘과 교감하는 곳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곳에 경계석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요즘의 랜드마크는 단순히 경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유명해져야하고 그 유명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야 한다. 뉴욕의 자유여신상, 파리의 에펠탑, 로마의 콜로세움, 런던의 타워브리지, 북경의 천안문,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등은 전형적인 랜드마크며 관광목적지다.
편안·행복하게 해주는 공간 돼야
그러나 요즘 들어 세계 최고,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두바이의 6성급 호텔 버즈알아랍이나, 브르즈두바이가 전형적인 예다. 우리나라도 이에 질세라 초고층 건물들이 앞 다투어 건설될 예정이다. 최종 건축여부는 미지수지만 151층 높이의 인천타워, 133층 높이의 상암 DMC의 서울라이트, 용산국제업무지구에는 100층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을 중심으로 40층 이상 건축물만 19개가 들어선다고 한다.
최근 성황리에 마친 ‘슈퍼스타 코리아 2’ 선발대회에서 한국판 폴포츠라 불리는 ‘허각’이 최종 우승자가 됐다. 극적인 감동의 핵심은 진정성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노래 실력이 있었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고 높이의 랜드마크, 최대 규모의 랜드마크도 좋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여밀 수 있는 그런 공간, 사람을 기분 좋게 행복하게 해주는 ‘휴먼스케일의 랜드마크’가 경기도에 많아지면 어떨까? ‘경기도의 랜드마크는 크지 않습니다. 높지 않습니다. 휴먼 스케일입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행복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답이 가능한 경기도가 되면 좋겠다. 한범수 ㈔한국관광학회장·경기대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