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재 반환 함께 나서야

문화재의 고의적인 파괴와 약탈은 인류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적으로 이 문제가 강하게 부각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라고 볼 수 있다. 유네스코는 전쟁 및 무력충돌시 피해를 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1954년에 전시문화재보호협약(헤이그협약)을 채택한데 이어 1970년에는 문화재의 불법적인 거래와 유통을 막기 위한 문화재 반환협약을 제정해 문화재의 탈법, 불법, 강압적 행위로 원산지에서 이탈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지난 1980년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기초조사와 그 이후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9만여점 이상의 우리 문화재가 일본, 미국 등에 흩어져 있고 이 중 상당수의 유산들이 정상거래에 의한 반출이라기보다는 불법행위로 반출된 것들이다. 이 중에서 일제 강점기 기간 중 일본으로 이전된 수많은 유산들과 19세기 프랑스 극동함대가 강화도에 상륙해 조선군과 전투를 하고 시설을 방화하고 외규장각 도서 등 수 백점의 유산을 가져간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천오층석탑’ 반가운 소식

 

국제협약은 문화재 약탈과 불법 이전이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범법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문화재 반환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대영박물관 등 수많은 외국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들은 설령 문화재 반환 요청이 있더라도 유품의 완벽한 보전처리가 의심되고 국내법적으로 적법한 보호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유물의 반환에 극히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더더욱 그네들은 한 곳에 다양한 역사 유물을 전시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 뿐 아니라 인류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세계 보편박물관’이라고 스스로 지칭하면서 문화재 반환의 논리를 희석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문화재 피탈국가들은 이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피탈문화재의 반환이 인류문화의 보편성과 윤리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중에 그리스의 유명 여배우이자 문화부장관이었던 멜리나 메로쿠리는 문화재반환에 앞장섰던 대표적인 인물 중 한명이다. 메로쿠리 장관은 대영박물관을 방문해 ‘엘긴 마블’은 그리스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그녀는 언젠가 돌아올 유물을 위해 파르테논 신전이 조망되는 위치에 ‘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건립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과 프랑스, 일본간 문화재 반환에 대한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프랑스가 소장중인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문제로 10여년 이상을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일본과는 궁내청(일본 왕실 담당 행정기관) 소장 중인 조선왕실의궤의 반환을 가지고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다. 또 이와 함께 현재 도쿄 오쿠라 호텔에 가있는 고려 초기 5층 석탑이 잘 하면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를 위해 이천시는 예술회관 앞 공터에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올 석탑을 위한 장소를 깨끗이 단장하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의식있는 시민 헌신적 노력 커

 

사실 문화재 반환의 여러 성공적 사례를 살펴보면 해당 정부기관의 노력보다 의식있는 일반 시민과 단체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은 적이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불법 유산의 반환과 상환은 국제법적으로 보거나 윤리적 측면에서 볼 때 정부만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파르테논신전의 엘긴 마블의 반환을 위해 그리스 뿐 아니라 영국내의 여러 시민들과 학자, 문화예술인들도 이의 반환노력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이제 문화교류는 단순히 양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 인류 및 시민사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 운동의 정당성도 단순교류가 아닌 인류의 당면한 과제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허 권 유네스코평화센터 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