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당한 마을… 처참한 연평도

공포에 떤 주민들, 인천으로 목숨 건 ‘피난 행렬’
‘불바다 시내’ 잿더미 전쟁폐허 방불… 복구 박차

北, 연평도 도발

 

날이 밝으면서 드러난 연평도는 한마디로 폐허였다.

 

주민들과 오손도손 정을 나누던 집은 하루사이 흔적없이 사라지고 잿더미의 먼지만이 올라왔다. 추위와 공포 속에 뜬 눈으로 밤을 새웠던 주민들이 24일 새벽 폐허가 된 마을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온기가 남아 있는 주택들은 폭격으로 지붕이 날아가고 화염에 시커멓게 그을린 채 흉칙한 몰골을 드러냈으며 일부 주택은 집터만 남은 채 통째로 날아가기도 했다.

 

연평리 연평마트 건물은 지붕을 정확하게 포격당해 지붕이 뻥 뚫려 있었다. 민가 11곳이 화염으로 전소됐고 9곳은 반소됐다.

 

연평면사무소와 연평파출소, 우체국, 조기역사관 등 7곳도 포격의 충격으로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되고 있었다.

 

북한의 포격은 주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도 했다. 포격이 시작되자 주민들은 밖으로 뛰쳐 나오거나 책상 밑에 들어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남구리에서 어촌계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 박훈식씨(55)는 “이번처럼 큰 대포소리는 처음 들었다”며 “폐허가 된 터전에 깊은 절망감을 느끼며 해경 경비함정을 타고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피난 행렬’이 이날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23일 포격 이후부터 24일 오전 2시까지 연평도 주민 394명이 어선 19척을 이용해 인천으로 대피했고, 주민 346명은 해경함정 2척을 이용, 이날 오후 인천에 도착했다. 연평초교 학생 81명과 연평중·고교 학생 45명, 교직원 30명 등도 해경 함정으로 이날 오후 2시께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임시 수용시설이 마련된 중구 신흥동 ‘인스파월드’에서 기거하고, 일부는 시내 친인척 집 등으로 거처를 옮겼다.

 

북한의 포격으로 연평초교, 연평고, 소연평 분교 등을 비롯해 대청도, 백령도 등을 포함한 9개 학교가 휴교한 상태로 서해는 긴장감이 계속되고 있다.

 

체육복 차림으로 인천항에 도착한 중학교 2학년생 이모양(15)은 “처음에는 사격훈련인 줄 알았는데 창문이 깨지고 정전이 됐다. 선생님이 방공호로 가라고 해 친구들과 바로 대피소로 피했다”라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3학년 유다연양(16)은 “지하 대피소로 내려가는 도중 복도 유리창이 깨져내리고 건물 바닥이 지진난 것처럼 흔들렸다. 창밖으로는 멀리 포탄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라며 아비규환 같은 현장을 전했다.

 

피해 복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의 포격으로 전체 820가구 가운데 420가구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 한전 직원 10여명은 밤새 복구 작업을 진행, 현재까지 150가구의 전력 복구를 마쳤다. 한전 측은 나머지 270가구 이외에 정전 중인 연평면사무소와 연평파출소 등 관공서의 전력 복구도 이날 중으로 마칠 계획이다.

 

비상식량과 구호품도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인천시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긴급하게 마련한 구호품 2천상자를 실은 500t급 해경 경비함정이 24일 새벽 2시 현지에 도착했다.

 

송영길 시장은 “해상에서 벌어진 1~2차 연평해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민간인 거주지역에 포탄이 떨어져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주민 안정화’에 중점을 두고 여객선 운항 재개와 현지 대피소 개·보수 등을 중앙 정부에 건의하는 한편, 시 차원의 대책도 마련해 즉각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혜숙·이창열·박용준기자 trees@ekgib.com

 

‘늑장 대응’ 논란

 

국회 “희생당한 뒤 대응”… 김 국방 “13분이면 잘한 것”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 방식에 대해 ‘늑장 대응’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초기에 ‘확전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일부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나왔고, 청와대는 거듭 이 대통령이 ‘확전 방지’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24일 전체회의에서 정미경 의원(한·수원 권선)은 “북한의 공격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응했다고 하는 데 그러면 다 희생당하고 난 후에 대응한다는 것이냐”면서 “처음에 공격당했을 때 공군력을 사용해 초토화시켰으면 두 번째 공격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초기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공군력을 사용하면 전쟁행위로 갈 수 있다”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또한 북한 도발이후 13분 후 대응한 것에 대해 “k-9 자주포의 발사 과정을 고려할 때 13분이면 대단히 훈련이 잘 된 것”이라며 늑장 대응 의혹을 부인하고, “앞으로 교전 규칙을 보완해 더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답변했다.

 

유승민 의원(한)은 이 대통령이 ‘확전 방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국군 통수권자가 처음에 확전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이런 식으로 지시하니깐 ‘2∼3배 사격’ 교전수칙이 있고 전투기까지 떴는데도 우리가 저쪽을 못 때렸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오전 답변을 통해 “이 대통령이 최초에 단호하지만 확전되지 말라고 병행해서 얘기했다”고 말했으나 오후 “확전 방지라는 것은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며, 직접 듣지 못했다”고 부인, 논란이 일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확전 방진’ 발언에 대해 “청와대에서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고 잘못 전달된 것이라는 해명이 나왔기 때문에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런 말은 공격자를 압도해야 할 상황에서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 발언이기 때문에 언론보도 경위를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해인·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민간인 2명도 숨졌다

 

해병대 관사 공사장서 일하던 김치백·배복철씨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민간인 2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20분께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병대 관사 신축 공사현장에서 김치백(61), 배복철씨(60) 등 인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는 지난 23일 북한군이 쏜 포탄이 공사현장으로 날아와 작업 중이던 인부 12명이 대피, 이 가운데 10명은 생존을 확인했으나 2명은 실종 상태라고 연평면사무소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시신 1구는 화재로 하체가 손상됐고, 다른 1구는 시신 전체가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특공대원들이 이날 오후 3시부터 현장을 수색하다가 이들 시신을 발견해 수습했다.

 

해경은 시신을 육지로 옮긴 뒤 신원 확인 작업을 거쳐 인적 사항 및 사망 경위 등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해경과 군은 이날 의무요원 11명과 시설·전기 관련 복구 인원 20명, 소방차 2대 등을 급파하고 공기부양정 2척을 연평도로 보내 주민 이송 작업을 벌였다.

 

이와 함께 북한 포격 이후 실종된 것으로 우려됐던 연평고 학생 김모양(17)은 포격이 발생하기 전 인천행 여객선을 타고 뭍으로 빠져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연평도 피격 현장에서 민간인 시신 2구가 발견됐다는 속보가 맞는가”라고 묻는 민주당 김우남 의원의 질의에 “확인했다. 맞다”고 말했다.  이창열기자 tree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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