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은 망한다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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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시설 얘길 꺼냈다가 계면쩍게 됐단 사람이 있다. 의정부서 가진 어느 모임에서다. 그때가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남북관계가 봄바람인 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좌중 분위기 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났다. 연평도가 포격당한 이후, 비로소 민통선 인근의 대피시설 무대책이 거론 된 것 같다. 영세 중립국 스위스에 지하생활이 가능한 비상 대피시설이 있다면 잘 믿지 않을런지 몰라도 사실이다. 대피시설은 국가 재난관리의 기본 시설이다.

 

DJ의 햇볕정책이 오늘의 남북관계를 유발했다느니, MB의 강경정책이 원인이라니 하는 소린 무위하다. 평양정권은 원래가 그런 집단이다. 햇볕정책이 아니고, 강경정책이 아니었어도 연평도를 공격했을 작자들이다.

 

평양과 하노이의 차이

 

대피시설만도 아니다. 효과 없는 방독면 얘긴 전에도 종종 나왔지만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필요없는 물건으로 치부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선 연평도 주민에게 지급된 방독면이 모자라고 그나마 낡아빠져 문제가 된 모양이다.

 

지하 대피시설이 기막히게 잘된데가 북녘땅이다. 저들 말로 ‘전 국토의 요새화’가 됐다. 주요 군사기지는 거의 땅속에 있다. 심지어 동해 해저 핵 기지설까지 나왔다. 발견 안된 남침 땅굴도 파놨다는 말이 있다. 압록강 밑바닥으로 중국까지 땅굴을 파놓았을 것이란 추측 또한 무성하다.

 

아무튼 암벽 등 지세를 이용한 지하시설이나 땅굴을 파는 덴 이골이 난 게 그럴 수 밖에 없다. 예산을 들이는 게 아니다. 인민이나 군대를 동원하면 된다. 누가 뭐라는 야당도 없고 언론도 없다. 남쪽에서 햇볕정책을 쓰건 강경정책을 쓰건 상관없이, 그저 쉼 없이 땅굴을 팠다. 지난 반세기 동안 땅굴만 파왔으니 그 미로가 어떨지 짐작도 못 할 일이다.

 

평양집단이 믿는 구석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공중에서 아무리 때려부숴도 저들은 끄떡 없을 뿐만이 아니라, 지상에선 땅굴을 이용해 오히려 우리의 뒷덜미를 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변변한 대피시설 없이 노출 될대로 노출된 남쪽을 자기네 맘대로 유린할 수 있다는 게 저들의 계산이다.

 

평양집단의 ‘두더지 작전’은 베트남을 모방한 것이다. 하노이 정권은 땅굴의 원조다. 유명한 호치민 루트도 요소엔 비상 땅굴이 있어 전쟁물자 수송이 끊임없이 가능했던 것이다. 아울러 베트공의 땅굴은 한마디로 거미줄망이다.

 

‘트로이 목마’ 될 북의 도발

 

그러나 평양집단과 하노이 정권의 땅굴은 같을지라도, 양 정권의 도덕성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호치민은 인민에게 이웃처럼 함께 한데 비해 김일성은 인민에게 별종처럼 군림 했다. 호치민 박물관에 전시된 그의 목침대 등 생전 일용품은 서민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검소한 것들이다. 진정한 민중의 지도자 덕목을 갖춘 호치민이 민중의 추앙을 받는것은 당연하다. 베트공의 물불을 가리지 않은 용기는 이념보단 호치민에 대한 신뢰와 충성심이다.

 

김정일이 50억원대의 호화 요트를 사들였다. 어쩌면 김정은이 산 것인지도 모른다. 이 사실은 최근에 오스트리아 법원이 요트를 북에 밀수출한 혐의로 자국 사업가에게 벌금형을 선고함으로써 밝혀졌다. 실로 권력의 3대 세습이 호사판이다. 북녘 통제사회가 단단해 보인 것은 표면일 뿐, 속은 흐물흐물하다. 인민의 탈북행렬이이를 말해준다.

 

평양집단은 땅굴을 믿지만 결국은땅굴 때문에 망할 것이다. 땅위의 민심을 얻지 못한 집단이 땅밑을 팠다고 해서, 더 존속할 길이 트이는 것은 아니다. 일단 유사시엔 빙벽처럼 녹아 내린다. 나치 정권이 그러했고, 동독이 그러했다.

 

그러나 역사의 주인이 되는 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된다. 우린 지금부터라도 그간 소홀 했던 것을 하나하나씩 챙겨야 한다. 예컨대 지하 50m의 대심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는 교통도 교통이지만, 만일의 경우엔 지하 대피시설이 된다. 현재의 지하철은 시멘트 철근 등 구조물 한 거풀만 벗기면 밖이 드러나 완전 대피시설로는 미흡하다.

 

저들의 연평도 도발은 안보의식을 일깨웠다. 새로운 경각심을 갖게 했다. 우리의 영토에 겁없이 퍼부은 포격은 되레 재앙을 안기는 ‘트로이 목마’가 될 것이다. 우린 저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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