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 “구제역 공포… 등산객도 무서워”

계양산일대 축산농가 농장입구서 행인들 차단 “김포가 지척인데”… 외출 삼가한채 매일 방역

“계양에서 김포는 코 앞인데 (구제역이) 넘어오면 어떡하죠?”

 

23일 오후 5시께 인천시 계양구 이화동.

 

이곳에서 젖소 숫소 6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김효태 이화농장 대표(58·인천시 계양구 이화동)는 “연말모임들도 다 취소하고 서로 TV만 쳐다보고 있다”며 “경상도에서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김포로까지 넘어오다니, 결국 방역당국이 차단에 실패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이 인접한 김포로까지 유입되면서 이 일대 축산농가들마다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 일대에서 30년 이상 농장을 운영해온 축산농가 60여가구는 구제역 공포로 외출도 삼가한 채 방역에 전념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전에는 공동방제단을 결성, 축산농가들끼리 순번을 정해 1주일에 1차례 방역했지만 이제는 왕래도 자제하고 스스로 방역하고 있다”며 “매일 혹시나 우리 소가 구제역에 걸릴까봐 소를 이리저리 쳐다보고 있자니 가슴만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젖소와 한우 80여마리를 기르고 있는 김병기 대표(49·인천시 계양구 다남동)는 “외부로 오가면 전파될 우려가 있어 가급적 오지 못하게 하는데 계양산에 운동하러 오는 시민들이 소를 보고 신기하다고 찾아와 막기 위해 하루 종일 농장 입구에 서 있는다”며 “김포가 가까워 왕래하는 차량들이 너무 많아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한번 구제역이 발생하면 소를 사지도 팔지도 못해 수입이 완전히 끊긴다”며 “내년에 대학 들어가는 아들이 농장일도 거들고 있는데, 구제역이 돌면 물려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구 관계자는 “축산농가들에 구제역이 전염되지 않게 하기 위해 김포는 물론 서구, 부천 등과 연결되는 곳에 방역기를 설치, 전파 차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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