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작품 속에 제 인생 스토리 담았죠”

31년만에 콘서트 연 가수 출신 미대 교수 정미조

‘누군가가 그리울 땐 두눈을 꼭감고 나지막히 소리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40~50대 이상이라면 큰 키에 이국적 외모, 뛰어난 가창력으로 가수 데뷔와 동시에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녀를 기억한다. 그러나 ‘개여울’과 ‘휘파람을 부세요’ 등 불멸의 히트곡으로 1970년대의 가요계를 풍미했던 그는 79년 훌쩍 파리로 떠난다. 가수 대신 화가로의 인생을 택했던 정미조(60) 수원대 교수다. 그가 은퇴 31년만에 콘서트를 개최했다.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려니 처음엔 긴장도 되고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죠. 노래를 부른다기보다 목소리와 호흡에 그동안의 인생을 담아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31년 만의 외출’이라 이름 붙여진 콘서트의 부제는 ‘미술전시와 함께하는 콘서트’. 28일~30일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전시회는 1층에서 콘서트를 감상한 뒤, 2층 갤러리에서 정씨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식으로 진행돼 관심이 집중됐다.

 

“일부 오해 처럼 가수로 컴백하는게 아니예요. 제 인생 자체인 미술, 삶의 또다른 행복인 노래를 통해 장르를 넘어선 종합예술의 세계를 펼쳐보이고 싶은거죠.”

 

그녀가 ‘인생 자체를 미술’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학과 졸업 후 7년 동안 원없이(?) 노래를 부른 뒤 파리에서 13년 동안 그림에 매달렸다. 인기 스타로 활약하며 부러울 것 없이 지내다 가게된 파리에선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 시작됐다. 고국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붓을 드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바로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 교수로 채용돼, 매년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귀국 사실이 알려지자 가요계 컴백 러브콜이 이어졌고, 사실 아직까지도 미련을 못 버리는 기획사와 팬들이 많다.

 

“이상하죠? 가수로의 컴백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7년이란 길지 않은 기간 활동했지만 정말 원없이 노래를 불렀거든요. 방송국이 많지 않던 당시에도 한 달에 스물 여덟 번까지 출연한 적도 있으니까요. 노래는 제 삶의 행복을 줬지만 미술은 제 삶의 본질이예요. 잠시도 끊을 수 없는, 멈출 수 없는 저 자신이죠.”

 

파리의 야경과 붓 시리즈, 영(靈)의 세계, 비디오 아트, 빛의 변주곡 등 30여년에 걸친 그녀의 미술 이력 또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찰나를 포착하는 실험성 강한 작품과 탈진할 정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100호 이상의 대형작품 등은 화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동안 한지 작업을 할 때는 지문이 닳아 안 찍힐 정도였다니 대단한 열정이다.

 

그 열정은 강단에서도 빛을 발한다. “방학 때면 해외 유명 전시장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와 그 나라 음악과 함께 영상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보여주죠. 학생들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발견하고 비상할 수 있도록 교수법을 연구하는 것도 제 삶의 큰 과제예요.”

 

콘서트를 겸한 전시회에서는 ‘영혼의 세계’를 주제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 영혼의 뿌리 등을 형상화한 Soul tree를 선보였다. 그동안의 작품 세계를 정리한 영상도 함께 제공됐다. 

 

정 교수는 “오래 전 부터 노래로서, 그림으로서 예술세계를 펼쳐 보일 기회를 찾고 있었다”며 “다행히 공연장과 전시장 규모가 비슷한 공간을 찾게 됐고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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