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 놓친 돼지 어쩌나…” “살처분 뒤처리 어쩌나…”

구제역 발생 농가 반경 10㎞ 내 가축 이동제한

 

양돈농가 “몸집 불어 돈방 포화상태” 대책 호소

 

정부가 구제역 발생 농가의 반경 10㎞이내 경계지역 농가에 대해 가축 이동제한을 하면서 양돈농가들이 출하차질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소와 달리 돼지의 경우 번식력이 빠른데다 10여일만에 수십 ㎏까지 몸집이 불어나 돈방(돼지우리)이 쉽게 포화상태를 이뤄 사육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더욱이 구제역이 수그러들지 않고 확산돼 이동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불가피하게 살처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양돈농가의 설명이다.

 

29일 경기도와 양돈농가들에 따르면 도는 구제역 발생농가에서 반경 3㎞이내에 위치한 농가의 가축은 모두 살처분하고 3~10㎞이내에 위치한 경계지역 농가에 한해서는 가축이동을 전면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 경기지역에서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한 연천군 백학면을 비롯해 양주시 남면, 파주시 파주읍 부곡리 등 11개 시·군 1천700여 가구의 가축들이 묶여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소와 달리 통상적으로 매달 사육두수의 15%가량을 출하해야 하는 양돈농가들의 출하가 전면 중단되면서 110㎏가량의 체중을 규격돈으로 치는 돼지들이 140~150㎏까지 몸집이 불어나 농가에서는 이를 살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하루에도 수십마리의 새끼가 태어나면서 돼지우리가 가득찬데다 비좁은 돈방에서 생활한 돼지들이 예민해져 서로 물어죽이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연천군과 파주시 양돈농가들은 지난 14일부터 현재까지 2주가 넘도록 출하를 못한데다 앞으로 이동제한 해제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위기에 놓였다.

 

연천군 창수면에서 돼지 1천여두를 사육하고 있는 L씨는 “출하시기를 놓쳐 몸집이 불어난 어미돼지 70여마리를 내 손으로 살처분해야 할 형편”이라며 “구제역 의심 또는 확진 없이 살처분할 경우 보상도 받기 어려워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각 시·군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잇따라 들어오고 있어 가축 이동제한조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추후 구제역이 잠식되면 정부가 지정한 축산물공판장에서 비만돼지에 대해 떨어진 값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khj@ekgib.com

 

남은 사료·분뇨 등 후속조치 없어 ‘2차 전염’ 우려

 

“생석회 도포 등 안내를”… 道방역본부 “조속 마련”

 

여주에 이어 이천, 양평에서도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경기도 방역당국이 살처분은 물론 뒤처리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29일 경기도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살처분된 가축은 모두 254농가 18만여두로 집계됐다.

 

여주, 양평 축산농가에서도 추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상황이라 살처분 가축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구제역이 더욱더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많은 양의 가축을 살처분하는 것 못지않게 가축 사료나 분뇨, 볏짚 등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뒤처리에도 애를 먹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관련 규정에 따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차원에서 전염 혹은 전염 우려가 있는 가축은 살처분하고 해당 농가에서 쓰던 사료나 볏짚, 가축의분뇨는 소각·매몰 처리한다.

 

현재 방역당국은 일차적으로 살처분이 끝나면 오염물질에 대해 반출금지령을 내리고 사료나 분뇨는 매몰하고 부피가 큰 볏짚·톱밥 등은 소각한다.

 

그러나 일부 농가에서는 살처분 후 곧바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황인식 파주한우협회장은 “자신이 키우던 소·돼지를 살처분한 농민들이 분뇨나 볏짚은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처럼 혼란스런 틈을 타 바이러스가 더욱 퍼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황 협회장은 “살처분 대상 가축이 워낙 많아 방역당국에서 바로 뒤처리까지 못할 수 있겠지만, 오염물질에 생석회를 도포하도록 하는 등 농민들에게 후속조치에 관한 안내라도 상세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현재 공무원 16만여명을 동원해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며 “살처분 후속조치 또한 최대한 빨리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여주군 방역담당자는 “볏짚이나 톱밥 같은 경우는 부피가 커 소각에 2~3일이 걸린다”며 “방역당국은 물론 농민들도 구제역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어 오염물질이 반출되지 않도록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철기자 scp@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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