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우리가 지킨다”
장병들 “北 도발 땐 강력한 응징” 결의 다져
영하 20℃의 혹한에도 철책선 넘어 북녘을 응시하는 초병들의 눈빛은 빛났다.
K2 소총으로 겨냥한 2km 앞의 북한 초소와 산 능선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숨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핏발선 초병의 머리 위로 어김없이 새해를 알리는 붉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분단을 상징하는 임진강이 소리 없이 흐르는 이곳은 북한의 직사화기 사정거리 안에 있으면서 서부전선 가운데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새벽 4시 북한을 코 앞에 둔 보병 제28사단 철책선 경계초소는 칠흙같은 어둠 속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살을 에는 듯한 날카로운 바람만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초소를 넘나들지만 나라를 지키는 초병들의 경계태세는 오히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1급 경계태세가 내려진 이곳은 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초병들은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방한모 대신 방탄모로 무장한 채 밤을 새고 있다. 짧은 시간에도 온몸이 굳어 버릴 추위였지만 병사들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2인1조로 순찰에 나서는 경계병들도 수북히 내린 눈이 달빛에 비쳐 노출될 수 있어 몸을 최대한 낮춘 채 철책선 너머를 주시하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등 실전을 방불케했다. 북한 초소에서 작은 불빛이 비칠 때마다 병사들은 전투자세를 취하기를 반복했다.
이같은 긴장감으로 동이 트면서 철책 주변 20m 간격으로 세워져 있던 경계등이 작전상 소등됐는데도 불구하고 초병들은 순식간에 북측으로 향해 사격자세를 취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계초소 근무에 나서던 이환호 상병(22)은 “연평도 포격이 있던 날 야간 근무 중 처음으로 전쟁에 대해 실감하게 됐다”며 “저의 뒤로 부모님과 4천500만 국민이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북한의 도발이 있으면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강한 결의를 보였다.
연평도 포격 이후 이곳에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실전같은 훈련이 매일 반복되고 있으며, 상황실로부터 긴급 메시지가 전파될 때마다 장병들은 완전 무장한 채 벙커 진지에 투입되고 있다.
밤에도 언제 실시될지 모르는 훈련과 실전 등에 대비, 전투화도 벗지 않은 채 잠이 든다. 상황실 근무병사들도 단독군장을 한 채 밤새 병력배치와 이동상황을 점검하며 언제 울릴지 모르는 긴급 상황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부대의 한 간부는 “최근 연평도 포격으로 병사들이 바로 앞에 대치하고 있는 군대가 어떤 존재인지 확실히 인식했다”며 “병사들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수차례씩 연일 계속되는 불시 훈련을 통해 북의 어떤 도발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내무반에서 만난 이한솔 일병(21)은 “북한이 도발하면 서부전선으로 오는 북한군 만큼은 우리가 단호하게 격퇴할 것”이라며 “전선은 저희에게 맡기고 온 국민이 새해에는 희망과 꿈을 이루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서부전선에서 박대준기자djpar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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