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AI악몽… 되풀이 안한다”

안성 장암리 주민들 “가축재앙 이겨냅시다” 한마음

주민들 자발적으로 11개조 방역팀 구성

 

마을길목 통제 차량·사람 빈틈없이 소독

 

“죄송합니다! 마을에 외부차량 통행은 전면 금지됐습니다.”

 

11일 오전 11시30분께 안성시 일죽면 장암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

 

38번 국도변과 불과 50여m 떨어진 마을 입구에서 방역복을 입고 있는 주민 3명이 도로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마을로 들어가는 사람과 오토바이, 학원·택배 차량 등에 대해 빈틈없이 통제하고 있다.

 

잠시후 택배차량이 진입하자 주민들은 규제봉으로 차량을 세운 뒤 “이 차량은 우리마을만 들어오는 차량이 아니죠. 잠시 차량에서 내려 소독 발판에 신발을 담가 주세요”라며 운전자에게 말했다.

 

구제역 확산에 이어 지난 6일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마을 인근에서 발생하자 장암리 주민 300여명은 마을회관에 모여 ‘우리마을은 우리가 지킨다’는 각오로 방역·소독에 나서기로 했다.

 

이같은 주민들의 모습은 지난날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곳은 지난 2007년 AI발생으로 애지중지 키우던 닭 20만여마리를 매립하는 아픔을 겪었다.

 

축산농민들은 소독기 구입을 위해 십시일반 기금을 내놓고 주민들은 방역소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민들은 우선 축산농가 위주로 방역대책팀을 구성, 1개조 3명씩 모두 11개조로 편성하고 마을 6개 진입로 중 5곳을 전면 폐쇄한 뒤 이달 말까지 1곳을 진·출입로로 사용키로 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소독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이들은 나름대로 근무 수칙도 만들었다. 모든 차량 및 오토바이 정지 후 소독, 차량하부 소독, 오존적외선 램프로 사람과 차량 내부 소독, 모든 차량 마을차량 전면 금지 등의 수칙을 마련,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

 

이 같은 주민들의 노력이 지역에 알려지면서 마을에는 후원금을 비롯해 빵, 라면, 음료 등 물품이 쇄도하고 있어 축산농민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우항묵 이장은 “어떠한 외부인과 차량도 과감히 차단하여 마을로 들어가는 물건을 방역초소 앞에 내려놓게 한 뒤 주민들에게 연락하고 있다”며 “불편은 잠시지만 일단은 질병 오염원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황은성 시장은 마을을 방문,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제역 퇴치를 위해 철저한 방역에 나선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장암리 마을주민들의 표본을 삼아 자발적 방역 활동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성=박석원기자 swpar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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