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몸 상하지 않게 좀 쉬시죠!” 한 공직자가 필자에게 건넨 말이다. 자신의 육신과 정신이 구제역 방역 근무로 상당히 힘들었을텐데 어찌 나를 거꾸로 위로할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찡 했다.
지난 6일 축산 청정지역이며 전국제일축산단지인 안성에서 결국 구제역이 발생했다. 전국적인 구제역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시는 이에 맞서 사전 방역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결국 누구를 탓하지도 못할 가축 질병은 어김없이 축산농가와 우리시에 깊은 피해와 상처를 주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예방 방역에 방역을 거듭했기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결국 지난 2002년 안성 구제역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허탈했다.
행정업무가 일부 마비되는 것은 물론 살처분에 동원된 공무원들과 가족 그리고 시민, 또한 지역 경제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가축 질병이라는 비명아래 모두 무너져 버렸다.
살처분에 동원된 공직자들은 현장에 투입된후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잠도 못잔다. 깊은 구덩이에 생물인 가축들을 강제로 매몰시키는 과정에서 돼지와 소가 울부짓는 괴성에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
소는 영물이라 했다. 살처분에 앞서 자신의 죽음을 아는 듯 소의 눈은 어느덧 슬픔이 가득한채 큰 울음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렇게 말못하는 가축을 인근 농장에서 질병이 발생했다고 생매장한다는 것은 옳지 않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도 질병에 걸리면 치유가 가능하다. 옛날 백혈병에 걸렸다하면 사망에 이르렀으나 요즘은 의학이 발달되 백혈병도 조기에 고칠수 있다.
필자는 정부에 건의를 드리고 싶다. 이번 구제역 여파를 본보기로 삼아 축산농가의 피해와 붕괴를 막기 위해 모든 가축에 사전 백신을 투여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내 놓은 가축질병 방역 메뉴얼에 준하지 말고 사전 방역 훈련을 축산농장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철저히 실시하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축산농가를 보호하고 인력과 예산 낭비를 막을수 있다
40여년전. 필자가 살았던 안성 농촌길은 소달구지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허허벌판 들녘은 어둠이 깔려도 농부의 우렁찬 소몰이 소리로 울려 퍼지곤 했다.
인간에게 행복과 삶의 희망을 안겨준 가축, 이 시점에서 인간이라면 생명에 대해 다시한번 되돌아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어떠한 응급상황 일이 발생할시 공무원만 탓하지 말고 내가 사는 고장, 내 지역이라면 시민들 스스로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구제역과 AI로 망연자실한 상태에 있었으나 최근 한가닥의 희망을 안고 있다. 그 희망은 바로 마을에 구제역 유입차단을 막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가축을 기키기 위해 뭉쳤다. 어느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관내 곳곳에서 사회단체는 물론이며 정당, 자원봉사자, 학생,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내고장 내지역을 지킨다는 각오속에 초소근무와 면사무소 근무를 자처하고 있다.
사실 공직은 구제역 여파로 무척이나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작은 행복이 큰 행복을 가져다준 뜻 깊고 아름다운 시민들의 마음, 안성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으로서 18만 시민들에게 깊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드린다.
구제역 발생 후 1천100여명의 공무원이 살처분과 방역초소 현장에 투입되어 육신이 스러져가는 상황에 있다. 그러나 볼멘 소리도 하나 없이 자신의 피곤함과 지친 몸을 묵묵히 삼키며 애써 힘든 모습을 감추고 있는 공직자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 단지 공무원이라는 직업때문에. 안타까움에 몸둘바를 모르겠다.
900여 공직자 여러분, 그리고 농·축협직원, 군인장병, 시민 모두가 구제역이 종식되는 그날까지 축산농민들과 국가를 위해 희망의 불빛이되면서 삶의 원동력을 가져다주길 당부드린다. 또한 시장으로서 모든 행정력을 집중시켜 하루속히 구제역과 AI를 퇴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황은성 안성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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