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매몰지 가보니…“1년 넘도록 불안해 물 사 먹어”

[현장속으로]

“구제역으로 가축을 묻은 지 1년이 넘도록 악취와 식수에 대한 불안감으로 생수를 사 먹고 있습니다.”

 

20일 오후 포천시 창수면의 마을 길옆. 이곳은 1년전 구제역이 처음 발생해 젖소 66마리를 매몰한 곳이다.

 

4개의 가스배출관을 중심으로 가로 20m, 세로 5m 크기의 매몰지에는 침하 때 나타나는 균열이 없이 흙이 1m 두께로 깔끔하게 덮여 있고, 둘레에는 배수로가 설치돼 있다. 주변에 침출수가 흐른 흔적도 없어 겉으로 보기에 완벽하게 처리된 매몰지로 보였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악취와 식수에 대한 불안으로 1년 넘게 고통받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 마을은 상수도가 설치돼 있지 않아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주민 김모씨(63·여)는 “지난 해 3월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악취가 진동했다”며 “불안한 마음에 지하수 대신 생수를 사먹고, 목욕과 설거지 등은 지하수를 이용하는데 늘 찝찝하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도 김씨와 같은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등 매몰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악취와 식수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젖소 66마리 매몰… 겉보긴 멀쩡해도 악취로 고통

 

설치해 준다던 상수도 13곳 중 겨우 2곳만 완료

지난 해 1~4월 경기지역에서는 포천, 연천, 가평, 김포 등 모두 4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소와 돼지 6천191마리를 47곳에 묻었다.

 

이중 구제역이 맨 처음 발생한 포천지역에서는 45개 농가 5천416마리를 살처분해 34곳에 매몰했다.

 

포천시는 당시 침출수에 의한 지하수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자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13곳에 국비를 지원받아 상수도를 보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비 지원이 늦고 설계 과정까지 거치다 보니 지난 해 10월에야 착공, 현재까지 13곳 중 단 2곳만 상수도가 설치된 상태다. 그나마 날이 추워지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특히 포천지역의 경우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매몰지는 279곳으로 지난 해보다 7배 이상 늘었다.

 

매몰지 주변 주민들은 “지난 한해 매몰지 주변에서 풍기는 악취로 고통받고, 지하수가 오염될까 불안했는데 이번 구제역 매몰지가 제대로 조치되지 않으면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천=안재권기자 ajk@ekgib.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