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외국에서는 어디에선가 소방차인지 구급차인지 보이지는 않지만 싸이렌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주행중이던 차량들이 바닷물이 갈라지듯 하나둘 길 가장자리로 멈춰서기 시작하고 횡단보도에 보행등이 켜지지만 아무도 건너는 사람이 없다. 일순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장면이 연출되지만 잠시 후 소방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이 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동차도 사람들도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금의 우리 소방차는 출동시 경광등을 번쩍이고 싸이렌을 최고조로 높이고 클랙슨을 울려도 양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횡단보도에 대기중이던 보행자도 신호등 지시에 따라 그저 바쁘다고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널 뿐이기에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다.
소방차 출동 여건이 약화돼 화재초기에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해 화재 진압에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구급차의 현장 도착이 늦어져 응급환자의 소생률이 낮아지는 실정에 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5분 이내 초기대응이 가장 효과적이다. 5분이 경과되면 화재의 연소확산 속도 및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고 구조대원의 옥내 진입이 곤란해진다.
심정지 환자 등 응급환자의 응급처치 및 병원 이송이 늦어져 소중한 생명이 사망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심정지 및 호흡곤란 환자는 4~6분 이내 응급처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손상이 시작되므로 신속한 이송을 위해 119구급차량 등 긴급차량에 대한 길 터주기가 절실한 실정이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서는 올해도 전년도에 이어서 ‘소방출동로는 생명로’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소방활동 장애요인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소방차통행로 확보를 위해 이면도로 등에 파이어레인을 설치하고 아파트 소방차량 전용주차선 설치, 재래시장 등에서의 좌판 한계라인 설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소방차 통행로는 시민의 귀중한 생명을 살리고 소중한 재산을 지키기 위한 통로이므로, 나 자신뿐 아니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작은 것에서부터 양보하고 실천하는 따뜻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신평식 하남소방서 대응구조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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