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은 25개월째 숨 가쁜 상승세다. 특히, 2010년 한 해 동안만 전국 7.1%(아파트 8.8%), 수도권은 6.3%(아파트 7.2%) 급등했는데, 최근 5년간(2005~2009년) 연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이 3.4%였으니, 평년의 2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다행히 새 학기가 임박해 학군수요가 마무리된 서울 강남권 일부 지역의 전세가격 상승세는 한풀 꺾인 상태지만,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싼 전세매물을 찾아 경기 남·북부나 수도권 도심 외곽으로 이동하는 수요들은 여전하다. 일종의 파도타기처럼 서울 시내의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서울 외곽에 이어 인접한 수도권 도시들로 밀려나면서 차례대로 전세난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임차시장의 불안 요인은 복합적이다.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구입관망세, 집값 상승 모멘텀의 부재로 인한 전세수요 증가, 주택공급 감소로 인한 전세수급 불균형 등이 큰 원인이겠지만, 근본적인 전·월세 임차시장의 구조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저금리에 전세→월세 전환 늘어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집주인은 전세를 보증부 월세나 순수월세로 전환하기를 희망하며 전세물건 감소현상이 더해지고 있다. 실제 전세의 월세 전환 증대현상은 주택임대차계약 구성 분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2월 전국 60.1%였던 전세비율이 2011년 1월 57%로 감소한 반면, 월세비율(보증부 월세와 순수 월세)은 39.8%에서 43%로 증가했다.
시중금리는 연 5% 내외지만, 전세의 월세 전환이율은 연 10% 내외인데다, 7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2008년 닥쳤던 글로벌금융위기 이후의 집값 폭락 경험이 시세 차익보다 현금 임대수익을 중시하는 부동산 자산시장의 트렌트변화로 이어지며, 주택 임대차 시장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비교적 고가인 부동산자산은 100% 자기자본으로 주택을 구입해 임대하는 경우가 적고, 세입자의 월세 연체 관리 등의 어려움으로 급격한 전세 소멸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향후 주택매매시장의 정체가 지속돼 주택가격 상승률이 저조하고, 수도권같이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50% 이하인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세의 보증부 월세 전환은 당분간 좀 더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상기 여건 하에서 세입자는 전세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의 증대와 함께, 월세로 전환될 경우 높은 월세이율에 따라 월세를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득이 낮을수록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거주지를 옮기는 등 주거의 하향이동이 주거문제로 불거질 것이다.
임대공급 확대 등 종합대책 필요
따라서 이제부터 정부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임차시장 구조 변화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전세금 상승 혹은 빠른 월세 전환이나 높은 월세가격 현상은 우선적으로 임대주택재고 확대로 풀어야 할 것 이다. 이와 더불어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의 증대 문제 그리고 주거 수준의 하향 이동 문제를 고려한 통합 대책도 요구된다. 특히,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바뀌고 있는 임차시장의 구조 변화 속에서 임대료 보조, 임대료 규제, 또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큰 틀에서 임대시장의 시스템과 관리를 패키지화할 필요가 있다.
소득수준이 낮은 저소득 계층은 주택바우처 제도(주거비 보조)나 국민임대공급을 다양화해서 주거복지를 탄탄하게 마련하되, 중산층은 최근 반월세 같은 보증부 월세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민간부분의 임대공급을 확대해 전·월세 파동을 상쇄시켜야 한다. 단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임대소득세를 깎아주거나 양도세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세입자의 재계약 보장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이율 한도를 두거나, 월세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등, 종합적인 안목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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