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동체연극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시위가 마른 들판에 불길 번지듯 확산되고 있다. 오랜 독재가 불러온 당연한 결과다. 민주주의는 경제적 여유와 행복한 삶을 바라는 이들의 한결같은 선택이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전 과정이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바다.

 

이제는 문화도 민주주의 시대다. 그리고 공동체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예술 장르가 연극이다. ‘집단정신의 산물’인 연극은 만드는 과정만큼이나 관객과의 소통 또한 중요한 구성 요소다. 연극이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연극이 다루는 소재와 본질은 인간의 삶과 역사를 새롭게 살펴보는 일이다. 작가나 연출자, 배우뿐만 아니라 관객과 함께 공동체 전체의 문제를 궁리해 보는 것이다. 무언가 잘못된, 혹은 왜곡된 사람과 사회, 역사의 단면들을 짚어내면서 ‘삶의 진정성’을 일깨워 준다. 연극의 진정성은 시대와 문화의 차이, 역사의 시공을 넘어 유효한 의미로 남겨진다.

 

주민들 참여로 만드는 연극

 

수원시는 주민이 모두 주인이 되는 참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일에 연극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주민이 만드는 ‘공동체연극’의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 마을극장’은 각종 동아리 지원과 교육활동을 펼치며 공연 기획부터 연출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마을극장은 새롭게 소통하는 역동적인 마을 만들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의 작은 마을 ‘오베라메르가우’는 10년에 한 번씩 주민 2천500여명이 출연하는 연극 공연을 376년 동안이나 이어오고 있다. 5개월간 매일 무대에 오르는 이 연극을 전 세계에서 온 50만명이 관람한다. 100년 가까이 지속돼 온 스위스 인터라켄 시민연극도 훌륭한 사례다. 해마다 여름 무대에 올리는 연극 ‘빌헬름 텔’은 주민 200여명이 참가해서 만든다. 매년 관람객이 3만여명인데 그중 절반은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경쟁력 있는 관광산업이 아닐 수 없다. 배우와 관객, 제작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시민과 연극 전문가가 함께 만들어내는 연극공동체의 전형을 보여준다. 연극을 중심으로 활기 넘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연극·마을 함께 살리는 공동작업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시민공동체연극의 확산을 위해 연극제 기간 중에 시민연극을 기획한다. 어린이 연극 워크숍을 실시하고, 시민배우와 함께 제작하는 시민연극교실, 실버극단, 주부극단, 청소년, 초등학교, 다문화 연극 등 시민들이 직접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주민자치센터까지 이런 활동을 넓히면 좋은 마을 만들기에 연극이 효과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정책적인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연극교실, 주민배우활동 교육과 지원, 어린이 연극아카데미, 각종 연극 체험 프로그램과 교육 연계, 주민연극 활동을 연극제에 연계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연극의 저변 확대와 관객 개발이라는 1차적 성과보다는, 시민들의 삶에 활력과 자신감을 불어 넣는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극은 사람들 간의 공동 작업이다.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의 바람직한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배우나 극단에게도 활력소가 돼 연극문화 전반의 발전적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연극도 살리고 ‘마을 만들기’도 성공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정책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시민공동체연극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기획학과 교수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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