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데이’ 외국산 돼지가 점령

구제역에 물량 줄어 국내산 100g당 최고 2천800원선

대형마트 수입산만 불티나게 팔려… 양돈가 ‘우울한 데이’

국내 축산농가를 돕기 위해 지정된 3월3일 ‘삼겹살데이’가 외국산 수입 돼지고기들에게 점령 당하고 있다.

 

구제역 사태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국내산 돼지고기 출하량이 줄고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수입산이 소비자들의 식탁을 차지, 도내 양돈농가가 예년과 다른 ‘우울한 삼겹살데이’를 맞고 있다.

 

2일 도내 유통업계 및 양돈농가에 따르면 삼겹살데이는 지역축협이 축산업과 양돈 농가를 살리기 위해 3이 두번 겹치는 3월3일로 정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다양한 행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구제역이 창궐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경기도의 경우 물량이 부족한데다 가격까지 올라 삼겹살데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에서 1천개가 넘는 양돈농가에서 165만여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돼 전체 사육두수의 70% 이상을 잃으면서 수입산 돼지고기들이 대신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우선 대형마트들은 수입산 돼지고기들을 경쟁적으로 싸게 내놓으면서 홈플러스의 경우 프랑스산을 100g당 600원에, 이마트는 미국산을 1천250원에 판매하는 등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국내산 돼지고기들은 100g당 2천100~2천800원대의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 북수원점에서는 지난해 삼겹살데이 직전 일주일간 23만6천원에 불과하던 캐나다산 삼겹살 판매액이 올해는 195만8천원에 달해 무려 7배가 넘는 수입산 돼지고기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또 삼겹살을 파는 음식점에서도 물량부족과 높은 가격의 국산 삼겹살 대신 수입산을 판매하고 있다.

 

매년 삼겹살데이마다 2~3배에 가까운 손님이 몰렸던 수원의 A식당은 비싼 국산 대신 프랑스산 삼겹살을 주문했고, 용인의 Y삼겹살 전문점도 미국산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등 도내 각 식당들도 외국 삼겹살로 삼겹살데이를 맞을 준비를 한 상태다.

 

이에 따라 도내 양돈농가의 한숨도 늘어나고 있다. 화성의 아이포크영농조합은 수원, 양재, 창동 등 전국 하나로클럽에서 진행해 오던 삼겹살데이 행사를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당일 하루만 진행하기로 계획했으며, 행사 준비 물량도 전년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김종필 경기도양돈연구회장은 “물량이 부족해 가격할인 등의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태”라며 “이번 구제역 사태로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국산 삼겹살의 소비 둔화로 이어질까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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