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이자 ‘아름다운가게’의 창시자,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 사회적 기업 분야의 리더로서 '아름다운 혁명'을 이끌어나가는 박원순.
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듯 그에게서 건네 받은 명함에는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 박원순’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5일 오후 6시 수원시 주최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프로젝트 청년비상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 행사에서 강연자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만났다.
-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 행사가 열리기 며칠전 1천500석의 공연장 좌석이 매진됐다. 일반공연도 매진되기는 어려운데 매진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우선적으로 우리사회가 실업 위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또 강연에 오신 분들을 보면 부모님들과 같이 온 청년들도 있다. 이런 것에 비춰볼 때 우리사회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본다.
경쟁중심사회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바뀌는 과정에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새로운 종류의 직업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이라는 주제로 여러 곳에서 강연을 하고 계신데 이번 강연은 어떻게 구성하셨는지.
짧은 시간에 1천개의 직업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일부를 설명하되 전후에 걸쳐 산만하게 직업에 대한 설명만 하는 것보다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만들고 현실화 시켜야 되는가도 필요하다고 봤다.
또 일반 공연도 하기 힘든 7시간의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성이 필요해 릴레이 강연(TED)으로 구성했다. 그래서 박경림씨의 자전적 꿈을 이룬 스토리, 한비야씨의 꿈 실현을 위해 자신감을 갖는 것, 기타 하나로 세상을 꿈꾸며 노래를 부르는 슈퍼스타K2의 장재인씨의 공연 등을 배치했다.
- 1천개의 직업이라는 프로젝트를 선정한 동기는.
일자리나 직업 때문에 청년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실제로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창조적인 일자리들이 얼마든지 많다. 그런 것들에 대해 1천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는 것,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것,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구상은 오래전부터 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여름 강연을 많이하다 보니까 젊은이들이 고정관념을 너무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공무원, 교사, 언론인 등에 너무 치우쳐 있다. 그런데 이쪽은 너무나 경쟁이 치열하다. 너무나 뻔한데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니까 이런건 아니다고 생각했다. 제가 외국이나 지방 여행을 많이 다닌다. 그래서 여러곳을 다니면서 잠깐잠깐씩 틈날 때마다 생각해 두었던 것들을 정리했다.
- 기발한 직업은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시는가.
물론 1천개의 직업이 모두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기업가들이라든가 예를 들어 2002년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가게가 대표적인 것인데, 그 때 이미 외국에는 다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그 이전에 다니면서 한국에 이런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주목을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또 강연 중에 얘기했던 소물리에를 예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와인소물리에만 있는데 일본에는 채소 소믈리에가 3만여명이 있다. 밥 소믈리에, 물 소물리에 등 다양하게 직업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만 하더라도 보도블럭을 살펴보면 엉망이다. 이런 것을 튼튼하고 예술적으로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없다. 변기도 모두 똑같은 디자인이다.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파리 디자인 하나 넣는 것만 해도 얼마나 좋은 기능적이고 편리한 디자인 아닌가. 다시한번 말해 어디 한 곳에 집중하면 굉장히 많다는 얘기다.
미국의 예를 들어도 정리하는 사람인 코디네이터 중 스페셜 코디네이터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우리식의 집안청소와 설겆이 등을 해주는 파출부와 개념이 틀리다. 이 곳의 개념은 집안내 얽혀 있는 것을 풀어주는 사람인데 이것을 영역별로 살펴보면 굉장히 많은 직업이 나온다.
또 물까페 등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1년 2년 지나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할 수도 있다. 선점의 효과를 노리는 것도 중요하다.
- 아름다운 가게, 소셜디자이너 등 독특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어려운 점이나 이를 극복하는 노하우는.
일단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를 통해 사람들은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어떤 일을 시작해도 처음부터 성공하는 것은 더 이상한 일이다. 실패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통해서, 더 튼튼해질 수 있다.
모든 아이디어가 잘 될 수는 없는 것이고 실패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일단한번 시작해봐라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
- 최근 수원에서 시민창안대회나 강연 등을 많이 하고 계신다 수원과의 각별한 인연이라도.
특별히 관계는 없고, 10여년 전쯤 수원 화성을 2번 정도 제대로 구경한 적이 있다. 당시 심재덕 시장님이 굉장히 대단하다고 본다. 이분이 선견지명이 있어 화성 유네스코 문화재 지정과 화성에 대한 플랜. 이런 것들을 보면 로마가 (자체관광자원으로)천년을 먹고 살듯이 수원은 정말 대단한 곳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것을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
염태영 시장은 그전부터 시민운동가로서 알고 있던 사람이다. 보통 환경운동연합이 있는데 비해 수원에는 중앙과 연계되지 않은 수원환경운동센터가 독자적으로 만들어져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면 모든 것을 주듯 바쁘고 정신 없지만, (염시장이) 나를 알아주기에 (강연 등을)해달라고 하면 안할 수가 없는 관계가 됐다.
- 세상은 꿈구는 사람들의 것이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셨는데 어릴적 꿈과 현재의 꿈은.
어릴때는 누구나 다 그렇듯이 여러가지인데. 시골에선 누구나 그랬듯이 고시를 통해 판검사가 되는 것이다. 특히 부모님으로부터 남들에게 나눠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래서 부모님들의 영향이 중요하다. 나를 공부만 시키고, 공부해라 공부해라 했다면 아주 좁은 세상에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공부는 강요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가르쳤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이런 일 전부가 원해서 하는 것이다. 지금은 희망제작소가 자리잡았다. 회원도 6천500명 정도 됐고 재정적으로도 자립됐다. 또 3월부터 소기업이나 사회적기업, 자기기업 등에서 만든 물건들을 전문적으로 판매해주는 마케팅 전문인 ‘희망수레’를 오픈한다.
-민선 5기 들어 시민환경운동가 출신이 많이 선출됐다. 이들이 단체장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에 주안점을 두어야 된다고 보나.
지방자치단체의 시장이 된다는 것은 종합예술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공무원이 주체가 돼야 하고, 이분들을 잘 설득하고 코디네이팅하는 하는 것이다.
또 동시에 지역의 언론과 주민들과의 거버넌스를 엮어가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야권의 주자 부재설과 함께 대안으로 ‘박원순’이라는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입장은.
정치는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데 되겠는가.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 디자인은 저밖에 못한다. 정치보다는 (소셜 디자이너로) 영원히 장기집권을 해야하지 않겠는가.(웃음)
- 앞으로 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것이 취미가 됐다. 희망 수레를 현재 하고 있고, 하나 해보고 싶은 것은 청년들을 위해 ‘박원순 사회적 기업과 사관학교’ 란 것을 만들어서 기업을 하려는 아이들이 진행이 잘 안될 경우 1박2일 등 여행을 떠나며 멘토링을 해주는 일이다. 이런 것을 쭉 해주면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 분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도전하고 성취하고 일단 많은 일을 시도해야 한다. 많은 청년들이 누군가 하기에, 하기 때문에 따라가는 것이 많다.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꿈을 쫓지 말고 자기만의 꿈을 찾고 도전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가지만을 고집한다면 그것이 아이들이 꿈을 잃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담= 정근호 사회부장
정리= 유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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