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광교’를 위한 제언

고전이 생명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읽히는 것은 인간 본성과 사회 현상의 변하지 않는 본질적 부분에 대한 통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연유로 고전에 나오는 한두 구절이 복잡한 현실에 대한 해법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이명박 정부 들어 자주 인용되는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정치의 본질에 관해 질문하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民信)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현대식으로 해석하자면 경제, 안보, 신뢰를 확보해야만 국민의 지지를 얻는다는 뜻일 게다. 그 중에서도 공자는 위정자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이 국민의 신뢰라고 강조한다.

 

신뢰는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싹튼다. 그런 의미에서 공인의 약속, 정부의 약속은 중요하다. 정부가 약속한 일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면 누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따르겠는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회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고, 그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최근 경기도의회가 광교신도시 경기도청 신청사 기본설계 예산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 그동안 재정난과 호화청사 논란 등의 이유로 보류되어온 광교신도시 내 신청사 건립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광교신도시는 원래 광역행정 및 첨단산업 입지를 통한 행정복합도시, 자족형 신도시로 계획되었다. 광교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은 ‘경기도가 보증하는 명품신도시’라는 약속을 믿고, 한푼 두푼 아낀 돈을 모아 아파트 등을 분양 받았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작년 성남시청, 용인시청 등의 수천 억원대 초호화청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기도 신청사의 규모, 공사비의 적정성,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 등의 문제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경기도 신청사 광교 이전 문제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흐지부지되는 것처럼 보였다.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 방식이다. 본 의원이 지적했던 것처럼, 광교 신청사가 호화청사 우려가 있다면, 청사 이전의 애초 목적에 맞춰 ‘호화청사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실용적으로 수정하면 될 일이었다. 그걸 빌미삼아 주민과의 약속을 백지화하려고 한 것은 경기도정의 연속성, 도민의 신뢰, 입주 예정자의 재산권 보호 등 여러 측면으로 봤을 때도 옳지 않은 일이다.

 

신분당선 연장선 문제의 해법도 본질적으로는 마찬가지이다. 무조건 광교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의 님비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 애초 신분당선 연장선은 광교에서 서울 강남을 30분 이내에 오갈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광교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이 전체 사업비의 3분의 1을 부담한 것 아닌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광역행정의 중심이 될 광교신도시의 친환경적 도시공간 창출을 위해 정자에서 광교를 거쳐 호매실을 잇는 신분당선 1ㆍ2단계의 동시착공이다.

 

이는 광역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사업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며, 분담금을 납부하는 호매실 지구 입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또한 동시착공은 차량기지를 광교신도시 안에 짓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광교신도시의 명품도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길 이기도 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를 확보하는 첫걸음은 정책의 연속성과 투명성이다. 주민들에게 당초 약속했던 것을 지키겠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약간의 사정 변경 사유가 있다면 그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주민을 설득해야 한다.

 

단언컨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당국의 의지와 노력뿐이다. 김진표 국회의원(민·수원 영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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