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씨, 제발 살아있기를…

“10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몰려옵니다. 지금 당장 고지대로 대피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미키는 지난 11일 강진에 이어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기 직전까지 마을 사무소에 남아 최후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고 대피방송을 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쓰나미가 마을을 휩쓸자 대피방송을 통해 울려 퍼졌던 미키의 목소리는 다시는 들리지 않았다. 언론이 전한 동일본 대지진이 강타한 일본 동북부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 마을. 미야기현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이 마을의 위기관리과 직원으로 일했던 미키씨 이야기다.

 

엄청난 대지진, 쓰나미, 방사능의 동일본 대참사 소식에 가슴이 쓰리다. 시시각각으로 늘어만 가는 사상자와 이재민과 난생 처음 보는 피해 현장들은 아예 영화속 허구라고 외면하고 싶다.

 

원자력발전소의 잇따른 폭발과 방사능 유출로 인한 공포가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거나 커지지 않기를 빌어본다.

 

며칠 전 나는 우리 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도코로자와(所澤)시와 고마키(小牧)시 시민에게 서한문을 보낸 바 있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대참사에 따른 위로와 더불어 용기를 잃지 말고 전 국민이 일치단결 하기를 기원했다. 우리의 진심이 통했는지 다행히도 일본 국민은 침착하고 냉정했다. 아니, 놀랍게도 그들은 우리가 알던 그들이 아니었다. 참사 이면에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 주었다. 곧 닥칠 자신의 죽음보다는 내 가족과 이웃과 주민의 생명을 먼저 생각했던 미키. 나라와 국민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공직자의 사표(師表)가 아닐 수 없다.

 

참사 당사자들 또한 생애 가장 처참한 재앙을 당하고도 누굴 원망하거나 항의하거나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울부짖거나 대성통곡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흐느낌 조차 삭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내가 울면 더 큰 피해자에게 폐가 된다며 울음을 참는 모습이나 열악한 대피소 생활에서도 남을 먼저 배려하는 양보의 자세는 차라리 문화적 충격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그들의 가정과 학교의 교육, 사회윤리의 핵심인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는 메이와쿠(迷惑) 정신이 그것이었다. 재앙보다 더 강한 그들의 인내와 절제와 평정심에 전 세계가 감탄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일본의 시민의식은 인류정신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그들의 인본적 뿌리가 이번 참사를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 이상의 피해나 아픔은 없어야겠다. 우리 국민도 이웃의 고난을 함께 나누고 있다. 자발적으로 ‘힘내라 일본’을 외치고 있다. 이미 119구조대가 급파되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피해복구 모금이 한창이고, 한류 연예인들의 진심어린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신문, 인터넷, SNS 등 할 것 없이 모든 미디어를 통해 각계각층 시민들의 위로와 용기의 글들도 바다를 건너고 있다.

 

그들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정신대 할머니들께서도 재앙을 딛고 잃어서길 바라는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우리의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사양지심(辭讓之心)’ 역시 생생히 살아 이웃을 걱정하고 배려하고 있다. 우리 국민 모두의 우정과 정성이 보태져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기를 기원한다. 끝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고 수많은 생명을 구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미키. 제발 살아있길 그래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최대호 안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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