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포천 매몰지 인근 농가들

정수기로 거르고 펄펄 끓이지만 “마시고 씻기 겁나요”

“완연한 봄날씨로 점점 더워지는데 먹는 물은 끓이면 된다지만 생활용수가 걱정입니다”

 

6일 포천시 영중면 영송리에서 양돈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오석균씨(50)는 매몰지 인근 지하수를 음용하고 있지만 상수도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오씨는 구제역발생으로 지난 1월19일 매뉴얼에 따라 자식처럼 키우던 돼지 2천700두를 살처분해 농장 안 1천500㎡에 묻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오씨의 집 사이 거리는 100m 남짓으로 오씨는 입구에 설치된 방역기기 옆에서 땀을 흘리며 작업을 하고 있지만 생활용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씨는 “방역기기를 해체하는 게 아니라 열선을 깔고 보수중”이라며 “겨울엔 수동으로 사용했지만 추운 날씨에도 구제역이 발생하고 올해도 안심할 수 없어 사계절 자동방역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용수 해법이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은 지난달 13일 안성시의 이동제한 해제로 사실상 ‘구제역 파동’이 끝났다.

 

하지만 오씨와 같은 축산농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80곳 상수도 필요한데

 

예산 부족 3곳만 공사

 

생활용수 부족 애태워

 

오씨와 그의 가족은 구제역 발생후에도 2차 오염의 우려가 높지만 지금도 지하수를 쓰고 있다.

 

구제역 발생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정수기를 구입해 1차 정수한 뒤 끓여서 먹는다는 것이다.

 

그는 “아내가 지하수에서 냄새가 난다고 해서 살처분 이후 정수기를 들여 왔다”며 “그래도 불안해 정수기로 거른 물을 끓여서 마시고 씻는 물은 보일러로 데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씨가족이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은 정부의 구제역 대책인 상수도 설치가 아직까지 안됐기 때문이다.

 

오씨의 지하수는 지난달 실시한 포천시 수질검사에서 음용수 적합 판정이 난 상태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먹는 물에 대한 걱정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오씨의 희망처럼 상수도 문제 해결 전망은 아직 어둡다.

 

포천시에 구제역 매몰지 인근에 상수도 설치가 필요한 마을은 80여곳에 달한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중인 곳은 단 3곳에 불과하다.

 

시는 상수도 긴급설치가 필요한 39개 매몰지에 오는 6월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예산 지원이 원활하지 않고 설치 과정에서 농민 개인이 부담해야 할 돈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포천시의 경우 이번 구제역 발생에 따른 상수도 설치비용으로 185억원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70%는 정부가 지원하고, 15%는 경기도비를 사용하며 나머지 15%는 포천시가 부담해야 한다.

 

시는 예비비와 미집행 예산을 끌어 모아 간신히 28억원 가량을 준비했지만 정부지원액은 내년에 지급될 예정이라 현재 경기도 지역개발기금 등을 무이자로 대출해 상수도 설치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6월 완공 목표가 이뤄질지 걱정되는 대목이다.

 

시 관계자는 “포천은 지난해 1월에도 구제역을 겪은 터라 상수도 설치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50억~100억원 정도 더 필요할 것 같아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포천=안재권기자 aj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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