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질환 정복 프로젝트> (9) 난청·인공와우-난청클리닉

치료시기 놓치면 청각장애 전문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주부 장의순씨(54·안양 동안구·가명)는 10여년 전부터 왼쪽 귀에서 조금씩 고름이 흘러나오고 청력도 점점 떨어져 참다 못해 인근 한림대성심병원 난청클리닉을 찾았다. 좌측 외이도에 고름이 묻어 났고, 오래된 염증으로 고막 전체가 이미 상당히 녹은 상태. 청력검사 결과 좌측의 중등도의 전음성 난청이 발견됐고, 측두골 고해상도 사진에서는 좌측 고막 안에 염증이 가득 차 있었다. 이에 의료진은 항생제를 사용해 급성염증을 가라앉힌 후 남은 염증을 제거하고 고막을 재건하는 고실성형술을 시행했다. 장씨는 수술 4일만에 퇴원했고, 두 달이 지나자 고막이 잘 재생돼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없게 됐다.

 

■ 치료시기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청각장애 불러

 

청력은 시력과 마찬가지로 한 번 손상되면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 때문에 치료 또는 재활을 하지 않으면 장애를 동반할 수도 있다.

 

특히 아동의 경우 생후 24개월까지가 언어 발달의 가장 중요한 시기로 이 시기의 청각장애는 언어 및 지능발달에 치명적 손상을 입히게 된다. 따라서 난청의 조기발견(생후 3개월 이내, 늦어도 6개월 이내), 조기치료 및 재활은 아동의 경우 매우 중요하다.

 

외국의 한 보고에 따르면 인구의 1% 정도가 청각장애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청력검사상 26dB 이상(옆 사람과 조용히 대화하는 소리)의 청력역치가 측정되는 경우 난청으로 진단되며, 40dB 이상(자동차가 보통 소리로 달리는 정도의 소리)의 경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 난청 종류에 따라 진단 및 치료법 달라

 

난청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전음성 난청의 경우 원인은 귀지가 너무 많거나 외이염, 고막의 파열, 중이염 또는 이경화증 등이며, 이때는 대부분 수술 또는 일반적 치료로써 청각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감각신경성 난청의 원인은 다양하며 대부분 수술 또는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청각기능이 회복될 수 없다.

 

대표적인 난청으로 노인성 난청, 소음성 난청, 선천성 난청이 있다. 노인성 난청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달팽이관 또는 청신경의 기능이 점차 퇴화되어 나타나는 난청이며, 개인차가 크다. 소음성 난청은 시끄러운 소리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나타나며, 주로 달팽이관의 기능저하가 특징이다. 선천성 난청은 유전적 난청과 비유전적 난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유전적 난청은 주로 가족단위로 나타나며, 비유전적 난청은 산모가 홍역 등을 앓거나 약물에 중독됐을 경우 아이에게 나타날 수 있으며, 출생 시 산소부족에 의한 경우도 있다. 혼합성 난청은 주로 중이염 등이 악화돼 내이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다.

 

■ 청신경 손상되면 완전 복구 불가

 

청각기관은 외이, 중이, 내이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며, 난청을 유발하는 질환을 부위별로 분류할 때 그 부위에 따라 각각 진단 및 치료방법이 달라진다.

 

외이의 경우 선천적 기형으로 인해 막혔을 때 청력이 떨이지게 된다. 이 경우는 수술로 막힌 외이도를 뚫어줌으로써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

 

중이의 질환으로는 흔하게 보는 급·만성 중이염, 혹은 외상, 기형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 고막이 뚫리거나 이소골의 연결이 염증 등으로 인해 차단됐을 때 난청이 유발될 수 있다. 이들의 치료는 좀더 복합적이어서 근본원인이 되는 염증 등을 내과적 및 외과적 치료로 제거해준 다음 고막을 새로 만들어주고, 이소골 등을 새로이 재건시켜 청력을 회복시키게 된다. 그러나 삼출성 중이염 등 중이에 구조적인 이상은 없으나 중이강 내에 물이 고여 잘 듣지 못하는 경우는 약물치료와 함께 고막에 구멍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물을 빼주고, 환기관을 박아놓아 완치를 시키는 방법도 있다.

 

청신경 손상되면 완전 복구 힘들어

 

보청기 사용·인공와우이식수술 도움

 

정기검사·귀 보호장치 등 예방 중요

 

가장 문제가 되는 내이의 경우는 선천적으로 달팽이관을 비롯한 청신경의 손상에 의한 것으로 가장 치료가 어렵다. 현대의학으로 아직 청신경 손상의 완전한 복구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여러 가지 청력재활 기기들을 같이 사용해 환자의 청력회복을 도와주게 된다.

 

■ 치료불가능한 경우 보청기 사용이 도움

 

전음성 난청은 많은 경우 적절한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감각신경성 난청은 근본적인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적절한 보청기의 사용과 청각훈련이 필수적이다.

 

적합한 보청기를 잘 사용할 경우 청신경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 퇴화속도를 늦출 수도 있으며, 또한 난청자의 심리상태를 안정시키는데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적합하지 못한 보청기를 사용할 경우는 득보다는 오히려 해가 많다. 보청기의 종류와 특성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보청기 사용 전에는 반드시 청각전문가의 정확한 검사, 상담, 처방 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 고심도 난청에는 인공와우이식수술 효과적

 

보청기로 소리를 증폭하여도 잘 듣지 못하는 고심도 난청 환자에게는 인공와우이식수술로 소리를 되찾을 수 있다. 이 수술은 신체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수술이므로 심각한 전신질환이 없으며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면 큰 무리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다.

 

■ 치료 불가능한 경우 많아, 예방이 중요

 

감각신경성 난청은 근본적인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며, 치료를 하더라도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예방이 중요하다.

 

우선 소음성 난청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공장근로자, 경찰, 군인, 음악가 등)은 적어도 년 1회 정기적인 청각검사를 받고, 귀 보호장치를 사용하면 훌륭한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선천성 난청의 예방을 위해서는 산모의 교육 및 약물중독 방지 등을 고려할 수 있으며, 유전적 난청의 경우 배우자의 선택 및 임신과 관련하여 유전자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아동의 경우는 중이염을 방치할 경우 언어발달이 늦어질 뿐 아니라 내이염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발견 및 치료에 유의해야 한다.

 

도움말=김형종 한림대성심병원 난청클리닉 교수

 

윤철원기자 ycw@ekgib.com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난청클리닉

 

이과전문의·청각학박사 모여

 

검사·언어치료 ‘논스톱’ 운영

 

인공와우이식술 성공률 77%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난청클리닉은 이과 전문의와 청각학 박사로 구성된 전문인력이 한 곳에 모여 청각검사, 보청기, 인공와우이식수술, 청능훈련, 언어치료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논스톱(non-stop)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난청 진단을 위한 기본청각검사와 특수청각검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별로 난청의 유형과 정도, 어음 분별력의 차이에 따라 적합한 보청기를 처방해 치료효과를 높이고 있다. 보청기를 착용한 뒤에는 정기적으로 보청기의 프로그램과 음량을 조절해 보청기음에 적응할 때까지 철저히 관리해 주며, 보청기 관리법도 함께 교육하고 있다. 또 난청재활에 있어서는 한림대 언어청각학부 및 대학원 실습시설 및 연구소와의 연계를 통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더불어 방향 탐지 청력검사, 소음환경에서의 청력검사 등 수술 전후 환자의 실제적인 듣기능력을 평가하는 검사기구들을 완벽히 갖추고 있어 수술 환자의 사회적응 훈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보청기 착용 후 또는 인공와우착용 후 청능평가를 음장하 청성지속반응검사(sound field ASSR)로 검사하고 있는 난청클리닉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난청클리닉에서는 2003년부터 선천성 및 후천성 전농자와 고도 감각신경성 난청자를 대상으로 2011년 3월 현재까지 96례의 인공와우이식술을 시행, 일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성공률이 77%(청능 역치 30dB 이상/단어판별 70% 이상으로 할 때)로 국내 유수의 병원들에 견주어 손색이 없는 최상위 수준이다.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풍부한 수술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도의 수술술기도 중요하지만 수술 후 인공와우를 통해 소리언어를 새로 습득해야 하는 청각재활 언어치료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한림 인공와우이식팀은 이비인후과 전문의 3명, 청각학 박사 1명, 언어청능사 5명, 사회복지사, 외래·병동·수술장 간호 스탭 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전문가를 초빙해 협의를 함께 할 수 있는 전문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 정밀검사를 통해서 지속적인 평가와 조율, 청각재활 훈련을 돕는다.

 

난청클리닉은 국내 난청수술의 메카로 불린다. 특히 김형종 교수는 지난 1989년부터 2010년까지 만성중이염 수술 3천492례를 직접 집도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난청치료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 3천례 이상의 수술 경험을 가진 이비인후과 의사는 7~8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이고,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렇게 모든 수술기록을 전산화된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와 치료성과 조회는 물론 추적되는 환자들의 관리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만성중이염 관리 프로그램의 노하우를 대한이과학회 사업으로 정리해 우리나라의 만성중이염 수술명 분류법 및 수술결과보고 지침을 직접 완성하기도 했다.

 

문의 (031)380-3840

 

경기일보·한림대의료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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