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기름값 인하 생색내기 불과” 도내 주유소 “우리도 피해자”

“인하된 값에 공급 못받아… 정부는 주유소만 압박”

경기지역 주유소 업주들이 기름 값 인하 정책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4일 ㈔한국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에 따르면 국내 4개 정유사들은 지난 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씩 인하해 고유가의 고통을 분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유소협회 경기지회가 지난 12일 ‘정유사 공급가 인하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87개 주유소 중 정유사로부터 100원씩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곳이 7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4월12일 기준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보면 휘발유와 경유가 ℓ당 각각 8원, 21원씩 상승, 공급가 인하 전인 3월 말보다 오히려 높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주유소들은 가격을 100원씩 인하할 수 없는 이유로 ‘기존 월말 재고 때문’이라는 응답이 41%, ‘사입가 인상으로 마진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37%를 차지해 정유사의 공급가격 인하가 사실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인하기준일 이후 오히려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주유소도 92%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자 주유소들은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조치가 생색내기에 불과한데도 정부가 주유소만 압박하고 전시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회원 주유소들은 지난 3월 말 유가인상이 예고된다면서 정유사들이 물량확보를 종용하는 등 ‘이중 플레이’를 펼쳐 힘없는 주유소만 손실을 보게 됐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정유사들이 이번 인하조치에 계열 주유소를 대상으로 할인을 적용하면서 자가폴주유소의 경우 오히려 가격이 반등하고 구매 물량마저 통제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식 한국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 사무국장은 “현실적으로 주유소가 기름값을 전액 인하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오해와 불만이 높아져 당혹스러운 상태”며 “실질적인 기름값 인하를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없으면 주유소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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