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기업 세계를 사로잡다] 부일산업

친환경 주방·생활용품 20년 노하우로 ‘대박행진’

“생활용품의 달인을 만나다” 오직 일에 대한 열정과 정직함을 무기로 플라스틱 용기 분야에서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기업이 있다. 부일산업(대표 정부택)이 그 주인공으로, 수주조차 따내기 어려운 영세한 가내수공업 수준의 회사가 20여년간 한눈 팔지 않고 황소와도 같은 뚝심 하나로 직원 30여명 연간 40억여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부일산업은 전직원이 가족과도 같은 친화력을 발휘하며 쉽지 않은 사출 분야에서 연일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 가내수공업에서 중견 기업으로의 성장

 

지난 90년 부일산업 정부택 대표는 14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에 나서기로 마음 먹었다. 이전 직장에서 배웠던 사출 분야로 사업 방향을 잡았지만, 부족한 자본금과 열악한 작업 환경 등으로 시작부터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했다. 하루 24시간 부인과 불철주야로 일하는 정 대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어쓴 염색 분말때문에 서로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업에 매진해 나갔다.

 

이같은 모습을 본 건물주 부부는 정 대표가 주말에 쉰다, 안쉰다를 놓고 내기를 했을 정도. 악바리 정신으로 무장한 정 대표 부부는 결국 일본 다이소와 3억5천만원 상당의 수주를 받아 내며 조금씩 성공의 달콤함을 맛보는 시기를 맞게 된다.

 

정 대표는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나라에서도 천원 마트로 유명한 다이소 바이어를 만났다”고 운을 뗀 뒤 “결국 바이어를 설득해 3억5천만원의 수주를 획득하고 들뜬 마음으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환경 호르몬이라는 복병을 만나다

 

사업에 한창 재미를 느끼던 시기. 부일산업은 ‘환경 호르몬’이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된다. 95년 열가공이 필요한 플라스틱 젖병 용기에서 호르몬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일반인들에게 ‘플라스틱 용기=환경 호르몬’이라는 공식이 급속도로 퍼져 부일산업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당시 더 큰 업체의 아웃소싱을 하던 부일산업은 주문 물량이 70% 가량 줄어들었고, 매출도 덩달아 30~40% 하락하면서 힘겨운 시절을 보내야 했다.

 

정 대표는 “젖병의 경우 열가공이 필요한 제품이지만 대다수 플라스틱 제품은 보관용기로 열과는 상관이 없으며, 호르몬과는 더더욱 관계성이 없다”면서 “당시 일감이 줄어들면서 주야로 돌리던 기계는 주간에만 작동하는 등 호르몬의 여파는 엄청났다”고 말했다.

 

■ 오뚝이 정신으로 다시 일어나다

 

이대로 무너질 부일산업이 아니었다. 정 대표는 다시 일본 다이소와의 교류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5억8천만원 상당의 수주를 다시 이끌어내면서 재도전의 기반을 다졌다.

 

악바리정신 무장 아내와 함께 가내수공업으로 시작

 

환경호르몬 파동·원자재 대란 오뚜기정신으로 극복

 

곰 캐릭터 ‘Nonos 클럽’ 개발… 연매출 40억대 결실

 

“대형마트 130여곳 진출이어 인터넷 마켓 공략 시동”

샘플을 구하고 제품개발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4~5개월이 걸려 컨테이너를 일본으로 보내면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2006년까지 다이소의 수주로 사업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됐고, 그때 이마트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면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당시 뇌물스캔들이 발생하면서 이마트에 납품하던 10억원 이상의 대형 회사들이 잘려 나갔고, 이마트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중소기업 상생 파트너십 차원에서 중소기업 제품 박람회를 열면서 제품의 질을 인정받아 납품을 하는 행운을 잡게 됐다. 이후 부일산업은 주방용품을 전국 이마트 130여개 매장에 납품하면서 월 7천만원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했으며, 생활용품은 유통도매시장으로 보내 차근차근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에는 벤더를 통해 진출하면서 고객과의 접촉을 늘려 나가기 시작했다.

 

■ 원자재 대란… 또 한번 깊은 수렁으로 빠지다

 

하지만 또다시 부일산업은 ‘원자재 대란’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여기에 엔화마저 떨어지면서 1천50원대 수주했던 물량이 820원까지 엔저 현상이 발생하면서 결국 10억원 상당의 L/C를 포기했다. 이로 인해 결국 부일산업과 오랜 기간 협력해왔던 일본 다이소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또 대기업들이 원자재를 담합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부일산업은 점점 벼랑끝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1천300원 하던 원자재 가격은 2천100원까지 치솟았고, 결국 물건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악화돼 갔다.

 

■ Nonos 캐릭터에 승부수를 띄우다

 

부일산업은 한마디로 오뚝이 같은 회사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쳐도 꿋꿋히 이겨내고 다시 일어난다.

 

힘겨운 시간은 오히려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는다. 부일산업은 현재 80여가지에 달하는 주방·생활용품에 친근한 곰 캐릭터를 형상화한 ‘Nonos 클럽’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소비자들과의 접촉면을 늘려 나가고 있다. 또 마진율을 높이고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하기 위해 인터넷 시장을 통한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9대1인 내수와 수출의 비중을 올해는 최소한 7대3까지 맞추기 위해 해외 수출 판로 모색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최근 재미동포 사업가가 부일산업을 찾아와 제품과 회사의 비전 등을 확인한 뒤 다음달 중으로 계약을 성사할 뜻을 내비춰 한껏 고무적인 상황이다.

 

정 대표는 “벤더를 통한 사업 진출도 회사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익 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인터넷 시대를 맞아 e-상권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G-마켓 등 기존 인터넷 마켓에서 교육을 받아 직접 인터넷 시장을 겨냥한 사업 방안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플라스틱 사출 분야에서 사업하는 영세 및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정부는 원자재를 담합하는 대기업들에게 과징금만 부여할 뿐 피부에 와 닿는 직접적인 제도 개선에는 나서고 있지 않다”면서 “이와 함께 환경 호르몬 등으로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에 소위 ‘마녀사냥식’ 잡기보다는 편리함 등 플라스틱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내세워 이들 업체들이 더 좋은 제품 생산에 매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 조성과 지원에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규태기자 kkt@ekgib.com  사진=하태황기자 hath@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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