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적으로 담은 소시민들의 삶…‘키위새 날다’

가족의 다소 모자란 복수극 그려

키위새 날다

 

구경미 著, 자음과모음 刊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조류인 키위새는 “키위키위”라는 울음소리에서 이름이 붙었다. 통통한 몸통에 짧은 다리를 가진 이 새는 날개가 퇴화해 날지 못한다.

 

소설가 구경미씨의 새 장편 ‘키위새 날다’(자음과모음 刊)는 비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지만 제자리에서 맴도는 소시민들의 팍팍한 삶을 유쾌하게 그린 소설이다. 날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걷는 키위새처럼 애처로우면서도 정겨운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구씨는 기존의 소설집 ‘노는 인간’과 장편 ‘미안해, 벤자민’, ‘라오라오가 좋아’ 등에서 변두리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무기력한 일상을 해학적으로 그렸다. 이번 소설에서도 능청스러운 유머로 이른바 ‘루저’ 가족의 다소 모자란 복수극을 담았다.

 

무일푼으로 상경해 어려운 살림살이로 남매를 키우느라 거친 나무토막처럼 무뚝뚝한 아버지.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도맡아하고 주부 수강생들에게 바느질도 가르치는 큰딸 은수.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면서 집안일은 뒷전인 딱 막내아들 경수. 한집에 살고 있지만 따로국밥 같은 이들이 8년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위해 뭉친다. 상대는 국제상사 여사장, ‘황명순’. 엄마가 대형 옷가게인 국제상사 앞에 자리를 잡고 장사하면서 여주인 황명순의 온갖 잡일을 대신 하고 모욕을 당했다는 이유에서다.

 

황명순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자 아들 경수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여전히 건재한 국제상사에 취직한다. 그러나 어느날 동생을 만나러 국제상사에 들른 누나 은수는 본의 아니게 황명순과 얽히면서 그의 가슴 아픈 가족사에 대해 알게 된다.

 

먼저 떠난 엄마를 가슴에 품고 아직도 곤궁한 삶을 사는 은수네 가족, 독하게 장사하며 시장통의 실세로 떵떵거리지만 남모르는 상처를 안고 사는 황명순의 가족사가 교차한다.

 

작가의 화법은 화려하거나 장황하지 않다. 짧고 경쾌하면서도 담담하고 묵직하다. 작가는 반복되는 일상의 느슨함과 지루함을 한 가족의 복수극이라는 설정을 통해 경쾌하고 긴장감 있게 그려 내고 있다. 값 1만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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