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도시의 문화경관

최근 경북도청은 ‘걷고 싶은 흙길’ 12곳을 연내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2개 시·군마다 1개씩 고유의 역사, 문화장소를 지정하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연계된 녹색길로 재창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안동하회마을과 이웃 병산서원을 잇는 5.5㎞의 흙길, 영주 풍기인삼 흙길, 낙동강의 하천길 등이 포함되어 있고 가능한 인공 가공물은 최대한 제거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연의 풍광, 옛 역사로의 여행이 체험적으로 반응함으로써 감동과 경외감, 자연과 역사가 빚어내는 신비로운 즐거움이 배가될 것 같다.

 

시멘트 속에 파묻혀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자연이 제공하는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공간적 아름다움에 감탄하곤 한다. 흔히들 풍광이 빼어나다, 풍치가 있다는 말은 산수의 지세와 조화가 남다른 곳을 말한다. 조선시대 문인들의 화첩과 문집을 보면 각 지역마다 팔경에 대한 그림과 시를 적어 놓으면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가감없이 표현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도시와 지역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삶의 감흥이 사라진 삭막한 공간으로 변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우리 도시들 너무 무미건조해

 

효율성과 경제성이 강조된 도시공간은 획일화된 건축물, 간판으로 포장되기 마련이다.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도심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세계적으로 문화도시, 역사도시, 전통도시 등의 칭호를 가지고 있는 도시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도시에 가보면 자연적 요소와 건축 등 기타 구조물의 앙상블이 자아내는 도시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즉 경관이 빼어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들은 너무 획일화되어 있고 무미건조하다.

 

세계유산 화성을 ‘화성성역의궤’에 따라 많은 돈을 들여 복원하고 있지만 서장대에서 바라 본 수원시내의 경관은 역사도시, 문화도시, 전통도시라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저 어떤 삭막한 도시를 내려보고 있는 듯하다. 만약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의 정상에서 시내를 내려 본다면 무엇이 차이가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사도시 전체의 건물색, 건물의 크기, 녹색공간과의 자연스러운 조화는 이 도시야말로 헬레니즘의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찐힌 감동이 오래 간다. 단지, 오래된 사찰과 사적지가 있다고 해서 역사도시라고 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도시들이 다 역사도시일 것이다. 문제는 미시적인 접근이 아닌 거시적 접근에서 역사도시 경관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UC 버클리 대학의 유명한 지리학자였던 칼 사우어(Carl O. Sauer)교수는 경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교수로 유명하다. 그는 ‘자연이라는 물감으로 문화라는 화가가 그린 결과가 문화경관’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도시경관을 모두 문화경관, 전통경관으로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도시의 문화적 경관이 빼어나지 않으면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고 온다 하더라도 감흥 없이 되돌아 갈 것이다.

 

주민·지방정부 함께 힘써야

 

남한산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다는 세계적 브랜드 획득 전략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고 더 많이 공들여야 할 것은 도심의 전체적인 분위기, 저마다의 특성을 가진 고유한 문화경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문화적 브랜드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지방정부가 혼연일치가 되어 만드는 것이다.

 

사우어 교수가 강조했듯이 도시의 좋은 역사적, 자연적 요소들을 현미경 보듯 부분적으로 보지 말고 각 요소들을 연결시키는 문화라는 화가가 되도록 애를 써야 우리의 도시공간이 훌륭한 문화경관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한다.   허권  유네스코평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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