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볼모로 정치입지 다져선 안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4월19일 미국 뉴욕 소재 해럴드 프랫 하우스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 “한국이 핵을 도입하거나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 대해 보다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라면서 대한민국의 핵무장을 찬성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김문수 지사를 포함한 일부 정치인과 보수 언론이 무책임한 핵무장 옹호 주장을 한 것은 사실상 보수세력의 결집을 유도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개인적인 욕심에 기인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보수인사들과 보수언론에서 대한민국의 핵 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간간이 나왔으며 한나라당에서는 최근 이와 관련된 정책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김문수 지사의 핵무장 주장이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매우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핵무장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깨트리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한다면 일본과 대만도 뒤따라 핵무장을 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전체가 핵무기로 뒤덮인 화약고가 되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핵무기 확산과 관련해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는 위험한 핵개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핵을 없애나가면서 국제적으로 평화적 비핵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게다가 최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을 방문해 영변의 우라늄농축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의 접근을 허용할 뜻을 밝히는 등 핵 문제에 대한 6자회담의 논의를 제한하지 않겠다는 열린 태도를 보이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핵 보유를 주장하는 것은 다 지어놓은 밥에 코를 빠뜨리는 것이 될 수 있다.

 

경쟁적인 군사력 경쟁은 냉전 종식 이후 폐기된 매우 구시대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남북관계에 대한 역사적 교훈은 우리에게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금 깨우쳐 주는 것이지, 끝없는 군비경쟁을 통해 남북대립을 더욱 고착시키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1986년 러시아의 체르노빌, 그리고 최근 일본에서 벌어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서 핵이 가지고 있는 무서운 파괴력에 대한 뼈아픈 경험을 했다.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 지어진 발전소가 천재지변으로 파괴되었을 때의 무서움이 이 정도라면, 살상을 목적으로 만든 핵무기의 파괴력과 잔인함은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문수 지사는 이 잔인한 살상무기를 우리가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의한 무력도발 이후 각종 우익단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여권의 대권주자가 되고자 하는 김문수 지사의 핵 무장 발언은 과거 민주주의의 투사로서 젊은 시절을 보낸 것에 대한 자신의 강경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보인다. 반공주의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보수 우익집단에게 자신은 이 정도로 북한에 대한 증오가 깊으니 제발 의심을 거두고 나를 지지해달라라는 계산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다.

 

결국 김문수 지사의 핵무장 주장은 한반도 평화와 더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가 한 정치인의 대권욕에 의해 위험한 상황으로 빠지게 할 수 있는 매우 무책임한 주장인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미래마저도 모른척하는 정치인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문수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무책임한 핵무장 발언에 대해 역사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이종걸  국회의원(민·안양 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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