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비준안 여야 진통 속 국회 통과

野 불참 속 표결 처리..민주 `합의 파기'

국회는 4일 밤 본회의를 열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했다. 

비준동의안은 지난달 28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위원장 남경필)를 통과했으며, 여·야·정이 지난 2일 ‘한·EU FTA 회의’에서 합의해 당초 예정됐던 이날 오후 3시 본회의에서 정상적인 처리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전날 밤부터 국회 중앙홀 농성에 들어가고 이날 민주당이 ‘여·야·정 합의’를 파기하며 반대로 돌아서 회의가 밤늦게까지 지연되는 등 진통을 겪었으며, 밤 10시 본회의가 시작돼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됐다. 

회의에 앞서 민노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했으나 경위들에 의해 끌려나갔으며,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의사진행발언, 민노당 이정희 대표·강기갑 의원 등이 반대토론을 하며 지연작전을 폈으나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민주당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불참을 결정, 합의처리를 해주지 않는 모양새를 갖췄으나 한편으로는 한나라당의 처리를 사실상 묵인한 셈이 됐다.

이날 비준안 처리가 진통을 겪은 것은 민주당이 오전에 개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9명의 최고위원 중 ‘여·야·정 합의문’에 서명한 박지원 원내대표를 제외하고 나머지 최고위원들이 반대 혹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특히 손학규 대표(성남 분당을)가 합의 파기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FTA 비준에 따른 피해 산업과 국민을 위한 대책 미흡 및 야 4당간 정책연대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며 “지금 이 상태대로 합의해서 통과시켜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나라당도 그렇지만 새 원내대표단이 구성되면 아무래도 샅바 싸움을 하는데 4·27 재보선 승리했다고 해서 발목잡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되고, 정체성을 버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길이지만 잘 생각해 달라”고 처리를 당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손 대표는 한·EU FTA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보완책을 적극적으로 만들라는 차원”이라고 주장하며 “아직 7월1일 (잠정)발효시기가 남아 있다. 다수 의원이 우려를 하고 있고, 그 우려가 옳다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손 대표가 국익이 달린 문제이며, 여·야·정 합의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돌아 국회 파행을 이끈 것에 대해 책임있는 지도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시험대’에 올랐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민주당이 합의를 파기하고 본회의를 지연시키자 논평을 내고 “재보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당내 강경파들을 등에 업고, 합의를 깨고 민주주의를 업신여겨도 상관없다는 오만함밖에는 없다”며 “한·EU FTA로 만들어지게 될 25만개의 일자리, 5.6% 올라갈 GDP로 인한 소득향상, 물가안정 효과, 이로 인한 모든 수혜는 서민에게 가는 것인데, 민주당은 오로지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욕심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강해인ㆍ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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