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고… 베이고… 응급상황별 대처법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 봄, 교외마다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모처럼 떠난 가족소풍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릴 수 있을뿐만 아니라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는 등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건강한 봄 나들이를 위한 상황별 응급처치법에 대해 알아본다.
■ 골절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절대 안정
야외에서는 들뜬 마음에 뛰어다니다가 넘어져 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자주 생긴다. 그러나 일반인의 눈으로 골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따라서 뼈나 관절 부위를 심하게 다쳐 골절이 의심된다면 일단 골절로 여기고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혹 잘못된 손상 부위 원상태로 돌려 놓으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좋지 않은 태도다. 무리한 시도가 뼈 주위 근육이나 혈관을 더욱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손상 부위를 그대로 고정시킨 후 부목을 사용해 묶어주는 것이 좋다. 팔을 다쳤다면 신문지를 여러 겹 말아 사용해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발목 등 관절을 삐었다면 무리해서 계속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친 부위 관절에 힘을 빼고 가장 편안한 상태로 한 후 붕대 등으로 감아 보조한 뒤 가능한 한 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 시원한 물 벌컥벌컥… 물중독 주의
교외에 나가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 중 하나가 두통이나 어지럼증이다. 탈이 나거나 잘 맞지 않는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많이 먹어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더운 날씨에 많은 물을 먹는 경우 탈수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갑자기 단시간에 물을 많이 먹으면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염분이 들어 있지 않은 맹물을 많이 먹으면 생체 전해질의 희석으로 인해 ‘물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머리가 아프고 먹은 것을 토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 의식이 혼미해진다.
아무리 덥더라도 갑자기 많은 물을 먹는 것은 삼가고 이온 음료 같은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를 적정량 섭취하는 것이 좋다.
■ 선홍색 피 콸콸콸… 동맥 손상 의심해봐야
산이나 바다 등 야외에선 날카로운 물질에 깊은 상처를 입기 쉽다. 이때 동맥 손상이 있으면 출혈이 심해 심각한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
상처 부위에 출혈이 있으면 피의 성질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상처가 깊지 않고 피의 색이 검붉으며 출혈 부위를 압박할 때 쉽게 멎으면 정맥 출혈일 가능성이 높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깊은 부위에서 선홍색 피가 박동을 치면서 뿜어져 나오면 동맥 손상을 의미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땐 환자를 눕히고 가능한 한 상처부위를 높인다. 상처 낸 물체, 예컨대 유리나 나무 조각 등을 눈에 보이는 대로 모두 제거하는데, 상처 속에 있는 물체를 찾아 상처를 후비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
이물질을 제거했으면 깨끗한 수건이나 헝겊을 상처 부위에 대고 눌러 지혈을 시도하면서 그 위를 단단히 묶는다.
단 상처 주변을 고무줄 등으로 졸라 묶으면 전체의 혈액 순환을 차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만일 상처 부위에서 출혈이 계속돼 피가 배어 나오면 수건이나 헝겊을 풀지 말고 조금 더 센 힘으로 묶어 주는 것이 좋다.
■ 벌독 알레르기로 쇼크사까지 유발… 비상약 필수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벌에 쏘이면 호흡곤란, 의식장애부터 쇼크사까지 다양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벌독에는 여러 단백질 성분이 함유돼 있어 알레르기를 잘 일으킨다. 따라서 자신이 알레르기가 있는지 어느 정도 심한지 여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국내 서식 벌 중 가장 흔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꿀벌, 말벌, 땅벌이다. 이 중 복부에 노란 줄무늬가 있는 땅벌은 땅속이나 썩은 나무에 집을 짓고 살아 무심코 건드리기 쉬운 만큼 주의해야 한다.
만약 벌독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벌에 쏘였을 때를 대비해 비상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항히스타민제, 지혈대를 휴대하고 사용법을 잘 익혀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벌에 쏘였을 경우, 지혈대를 감아 벌독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후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 독 있는 뱀에 물리면 ‘화끈’… 걷거나 먹기 올스톱
뱀독은 국소작용이 심하고 전신적 독성 증상이 나타나기 전 물린 자리가 아프며 조직이 괴사하는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물린 뒤 신속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
독사에 물린 상태에서 걷거나 뛰는 것은 금물. 독이 더 빨리 퍼지기 때문이다. 일단 물린 사람을 눕히고 안정시킨 뒤 움직이지 않게 해야 한다. 물린 부위가 통증과 함께 부풀어 오르면 넓은 끈, 고무줄, 손수건으로 5~10㎝ 위쪽을 묶어 독이 퍼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나 묶인 팔, 다리가 저릴 정도로 너무 세게 묶는 것은 좋지 않다. 동맥 순환은 가능하나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가는 순환만 방지하는 정도로 묶어야 한다.
팔을 물렸을 땐 반지, 시계는 제거해야 한다. 그냥 두면 팔이 부어오르면서 손가락, 팔목을 조이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먹거나 마실 것을 주는 것도 금물이다.
도움말=왕순주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윤철원기자 ycw@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