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장애 사태로 불안감↑ 재계약 ‘빨간불’
신한은행 등 경쟁 금융기관 치열한 유치전
경기도내 일선 시·군 금고를 거의 독차지하고 있는 농협의 철옹성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발생한 전산장애 사태로 농협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실추된데다 경쟁 금융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시·군 금고 유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도내 각 지자체와 농협 등 금융권에 따르면 경기도를 비롯해 도내 31개 기초자치단체 금고 중 수원시를 제외한 30개 지자체 금고를 농협이 관리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 중 용인, 구리 등 16개 지자체가 올해 금고 운영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올해 내 시금고 계약을 추진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발생한 사상 초유의 전산장애 사태로 농협이 시금고를 재계약하는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자체와 농협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예치금을 운영할 수 있어 금융기관들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농협은 전산장애 사태로 지자체 금고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상황이 이러하자 올해 시·군 금고를 재계약해야 하는 지자체들은 계약시 금고 안전성 부분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입찰 조건을 수립 중인 A시는 농협 전산망 해킹 사건으로 시민들 사이에 시금고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을 감안, 심의과정에 보안 안전성 평가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B시도 계약 평가항목에 보안부분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 보안 안전성 평가 항목을 추가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A시 고위 관계자는 “올해 농협 시금고 계약이 만료되는데 이번 전산마비 사태가 금고 재선정 시 농협에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겠다”며 “벌써 경쟁 금융기관들이 지자체에 금고관련 현황 파악 등 유치전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금고는 각 지자체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구성, 자금처리 능력, 금리 등 실사를 벌여 선정하게 된다.
이에 농협과 경쟁 관계에 있는 시중은행들은 전산장애 사태로 도내에서 추가로 금고를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농협과의 점포수 차이로 시금고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IT관련 예산의 5%이상을 보안에 사용 중인 점을 적극 활용해 우량 시금고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C시의 특별회계를 운영 중인 우리은행은 지역 내 점포수 차이 등에도 불구, 우량 시금고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다른 시중은행들도 내부적으로 TF팀을 긴급 구성하는 등 시금고 유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이 시금고를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면서 “예치금이 많은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입찰 참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전산 보안에 5천100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보완작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으로서 시민들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선호·이호진기자 lshgo@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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