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도매상으로 전락… 매년 10여곳씩 폐업
대기업들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사업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면서 경인지역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9일 한국베어링판매협회와 문구도매협회, 산업용재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삼성과 LG, 포스코, SK그룹 등은 소모성 자재 수급을 위한 구매대행사를 설립, 계열사와 일반기업의 물품 구매를 대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설립 초기만해도 이들 MRO업체들의 거래처는 50~100여곳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근 몇년간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거래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내 관련 업체들도 고정 거래처를 잃거나, 대기업 MRO업체에 물건을 납품하는 중간 도매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경기·인천지역 베어링 판매업계의 경우 고정거래처를 대기업MRO업체들에게 잠식당하면서 매출이 연평균 20~30%씩 급감, 성수기인 요즘에도 평균 이하의 매출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고정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해 수익을 얻는 시장구조를 수십년간 유지해오다, 대형 MRO업체들에게 시장을 잠식당한 것조차 알아채지 못한 채 매년 10여곳씩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용재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월 1억원 상당의 실적을 보이던 업체의 실적이 500~600만원대로 떨어진 사례가 보고되는 등 1천여개의 경기지역 회원사 대부분이 심각한 매출 감소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산업용재 업계는 대기업의 MRO사업이 더 확대될 경우 대기업이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방식으로 제품을 수입, 수입용재 유통시장까지 잠식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반해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문구도매업계는 수혜업체와 비 수혜업체가 갈리면서 내부적으로 대응방안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베어링판매협회 관계자는 “적정마진을 15%로 봤을 때 이미 5%대가 무너진 상황”이라며 “피해업계들이 그나마 남은 거래처라도 지키려는 마음에 대기업의 MRO사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지난 18일 소상공인들의 반발과 동반성장 정책을 반영, 그룹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업체인 아이마켓코리아의 영업범위를 계열사와 1차협력사로 제한키로 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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