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필요하지만 내 집 옆엔 안된다”
화장 수요가 갈수록 늘면서 경기도내 각 지자체는 장사시설 건립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지만 입지 선정 과정부터 커지는 주민 갈등을 해소할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화장장은 쓰레기 매립장과 원자력발전소, 소각장과 유류저장소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인식되면서 공익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감이 여전하다. 이에 따라 부족한 장사시설 확충을 위해서는 님비현상을 최소화하고 장사시설 관련 갈등을 예방·해결할 수 있는 체계적인 ‘갈등 관리 시스템’과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꼬리 내린 경기도 광역화장장.
경기도는 지난 2004년부터 광역화장장 건립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장사법 개정 문제 외에도 2년여에 걸친 광역화장장 건립 논란으로 하남시장이 주민소환투표에까지 회부되는 등 심각한 지역 분열을 초래한 채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됐다. 당초 광역화장장 부지로 지목됐던 하남시 천현동이 주민 반발에 의해 무산된 뒤 초이동을 대상으로 후보지 검토작업을 벌였지만 역시 주민 반발로 부지 결정에 실패했다. 또 광역화장장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지하철과 동서울터미널을 건립하겠다고 서울시와 맺은 협약도 서울시의 계획 변경으로 무산되면서 광역화장장 건립 사업은 결국 ‘좌초’됐다.
道광역화장장 건립사업
지역분열만 남긴채 ‘좌초’
부천시, 주민 반발로 포기
“차라리 화장비용 지원”
■ “‘1시·군 - 1화장장’ 의무화 쉽지 않네!”
장사법 개정으로 경기도내에서도 ‘1시·군 - 1화장장’ 건립 사업이 자연스럽게 추진됐다. 지난 2008년 5월 26일 시행된 새로운 장사법은 시·군별로 화장장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도는 인구 10만 명당 2~3기의 화장로를 갖춘 화장장을 시·군별로 마련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장묘법인 수목장, 잔디장, 정원장 등 자연장을 적극 확산시키는 한편 인접 시·군끼리 공동장사시설을 건립할 경우 법적으로 정해진 예산지원 범위 외에 도로나 상하수도 등 지역개발사업비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하면서 화장장 건립에 탄력이 전망됐다. 그러나 ‘1시·군 - 1화장장’ 건립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주민들의 반감과 지역 간 이해관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부천시를 비롯해 안산시, 시흥시, 이천시 등 도내 각 지자체는 앞다퉈 화장장 건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민 반발로 사업을 철회하는가 하면 부지 선정 단계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 “건립보다 차라리 화장 비용 부담하는게 낫다.”
화장장 건립 문제로 서울 구로구와 지난 2005년부터 6년간 마찰을 빚어 온 부천시는 지난 2월 화장장 건립계획을 결국 포기했다. 부천시는 원미구 춘의동 468일대 1만6천㎡에 화장로 6기와 봉안당, 주차장 등을 건립하는 추모공원 조성계획을 지난 2005년 2월 발표했다. 그러나 예정 부지 인근 서울 구로구 온수동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직선 거리로 200여m 밖에 떨어지지 않다는 이유로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김만수 부천시장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을 전격 취하했다.
시·군 화장장 설치 의무화
공익적 필요 인식에도 불구
주민들 반감·이해관계 장벽
‘갈등관리’ 제도적 장치 필요
부천시는 최대 현안 사업이었던 추모공원 조성이 백지화되면서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인천 가족공원 화장로 일부를 부천시민 전용으로 배정해 줄 것을 요구했고, 시예산으로 화장 장려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화장장 건립에 부담을 느낀 안양시는 아예 다른 시·군에서 화장을 하는 시민들에게 3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화장장 건립 자체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부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예산 확보와 절차, 건립 이후 운영 등 복합적인 문제를 떠안고 있다.”며 “화장장 건립을 포기하는 대신 6개월 이상 부천시에 거주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해당 화장장 요금의 50%를 지원하고 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필요하지만 내 집 옆에는 못 짓는다.”
지난 2009년 8월 화장장 건립 최종 계획을 마련한 연천군은 같은 해 주민 공청회 등을 거쳐 연천군 장탄 1리를 화장장 건립 대상지역으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지난달 24일 일부 주민들이 대상지 선정에 대한 각종 문제와 함께 화장장 건립에 따른 피해 발생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맞닥뜨려있다.
또 이례적으로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던 포천시 광역화장장 건립도 추진 과정에서 지역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장협의회장이 탄핵을 당하는 등 주민 갈등만 증폭된 채 답보 상태다. 포천시는 당초 5월 말까지 최종후보지를 선정하고 사업비 등 사업규모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영중면 성동리 주민 반발 덕분에 오는 27일 ‘공론화 계획서’를 제출하고 나서 찬성과 반대 주민들로 구성된 갈등해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유치 신청을 재검토하기로 하는 등 부지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이와 함께 안산시는 김철민 시장 취임과 동시에 사활을 걸고 추모공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지 선정 과정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와 해당 지역 주민 및 정치인들의 거센 반발로 사업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원재기자 chwj7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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