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들이> 詩語로 그려낸… 耳順의 삶

‘견딘 세월이 짧지 않은데 / 욕된 일들도 적지 않은데 / 정말 아는 게 없다 // 무엇을 깨치고 / 무엇을 얻고자 했는가 // 부끄럼은 버리고 / 아름다움은 찾아야 한다는 / 그것마저 망각한 채 / 허둥대는 일상 // 다다를 곳은 멀지 않고 / 가는 길은 이 길인데 / 길눈이 어두운가 / 낯설고 힘들다 -‘어느날 문득’ 부분

 

이순(耳順)의 나이에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뒤늦게나마 온갖 이해관계로 뒤얽힌 세상 속에서 스스로의 본래적 가치를 갈구해온 시인이 있다. 수원에서 태어나 50대 후반에 문예창작대학원을 졸업하고, ‘제9회 한국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의 세계로 접어든 김석일 시인. 시인의 첫 시집 ‘늙은 아들’(월간 문학 刊)이 최근 출간됐다.

 

시집은 총 4부로 나뉘어 책의 제목과 같은 ‘늙은 아들’을 비롯해 ‘기다림’, ‘디스크 수술대 위에서’, ‘꿈 이야기’, ‘오솔길’ 등 70여편이 실렸다.

 

작품들은 자신 밖의 세상과의 대결과 긴장의 끈을 결코 놓지 않으면서도, 궁극적으로 자신과 대화하고 교감하려는 삶의 자세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족이나 이웃, 공동체와 세계에 대한 관심을 전제로 펼쳐지는 시세계를 통해, ‘나’의 순수한 존재감조차 타인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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