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자와 공유하는 생활속 쉼터로’
사망자 99.8%를 화장하는 세계 1위 화장 국가인 일본에는 1천542곳의 화장시설이 자리하고 있고, 이 가운데 수도인 도쿄 도심에만 8곳의 화장장이 있다.
화장장인지 공원인지 잘 구별되지 않는다는것이 특징이다. 일본 정부는 시설 인근 주민들에게 사용료 할인과 화장 우선권 등 단순한 인센티브 뿐 아니라 지역주민 고용 등 장기 혜택도 부여하면서 전국 곳곳에 화장장이 있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어렵지만 일본에서는 내 집 옆에 백화점이 들어서고 대형 스포츠센터가 운영되는 것처럼 화장장이 생활의 한부분으로 인식돼 ‘주민 반대’라는 말이 생소할 정도다. 또 유럽 여러 나라들은 도시기반시설에 장사시설 설치를 편입하고, 장사시설의 종합화와 공원화, 지역간 공동설치, 민간기업 참여유도, 저소득층 화장비 지원 등으로 지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장사 문화를 만들고 있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에 비해 화장률이 낮지만 화장보다는 매장을 선호하는 가톨릭 문화권에 속한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화장율이 높다. 네덜란드 정부는 장사시설의 특성화를 위해 민간참여를 유도했고 공동묘지였던 장소를 재활용해 할렘 화장시설을 건립했다. 할렘화장장 조성 당시 할렘시는 건립 비용의 70%를 부담했으며, 화장장 개장 이후 장묘기업인 PC그룹에 모든 운영권을 넘겼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설 화장시설을 설치할 때 중앙 정부에서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사설 화장시설이 설치.운영되고 있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
지난 2008년 경기도가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화장시설 설치 방식을 조사한 결과 66%가 자신이 살고 있는 시·군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인접 지역과 공동으로 설치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벨기에서는 12개 자치구가 범자치구조합을 만들어 브뤼셀 자치구 공동조합 화장시설을 개설해 처음부터 인접 지역 간 마찰을 줄였고 이 과정에서 유럽 화장보급협회(FIAMMA) 등 민간기관의 역할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님비현상에 전전긍긍하고, 주민 의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부지 선정조차 못하고 있는 우리 지자체 현실과 다르게 일본 정부는 장사시설을 설치할 때 계획 수립부터 결정·공시 단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공개한 뒤 주민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지방의회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쿄의 경우 지난 2001년 님비현상 극복을 위한 조항까지 조례에 신설해 장사시설 경영 희망자가 허가 신청 전 설명회를 의무적으로 열도록 했다.
유럽 장사시설 공원화·신도시 조성땐 필수시설 편입
日 전체 화장시설 1천542곳…도쿄 도심만 8곳
국내 지나친 부정적 인식·지역간 ‘님비’ 대조
이렇다보니 도쿄 도심에 자리잡은 지바시 화장장은 화장시설의 안팎을 구분해주는 차폐시설로 대형 조경수를 활용하는 등 외부에서 조용한 정원으로만 인식되도록 조성해 지역민들의 거부감을 없앴고, 무연·무취를 위한
최신 설비로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전국에 70곳의 화장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웨덴에서는 전체 사망자 가운데 65%가 화장되며, 화장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우리나라와 비슷한 화장률 추이를 보이고 있다.
1917년 조성된 스톡홀름 시립 장묘시설인 우드랜드는 기존 매장 묘지가 부족해짐에 따라 화장을 권장하는 장묘개혁 운동의 일환으로 건설됐으며, 장묘시설의 본보기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특히 우드랜드는 1999년까지 지역주민에게 화장장 이용료 50%를 지원했지만 지난 2000년부터는 지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액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 경우 화장시설이 설치된 수원과 성남을 제외한 다른 시·도 주민들은 설치지역 주민에 비해 2배에서 최고 20배 차이 나는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은 형편이다.
이 때문에 수원연화장의 경우 2002~2006년 화장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2008년 화장 실적이 일시적이지만 대폭 하락했다.
이는 화장시설 이용요금이 관내거주자는 7만5천원에서 10만원으로, 관외 거주자는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크게 인상됐기 때문으로 풀이됐고, 성남영생사업소도 2007년까지 화장 이용률이 계속 상승했지만 2007년 관외거주자 이용료가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요금인상 시기를 기점으로 이용률이 줄기도 했다.
경제적 부담으로 화장비용을 치르기 어려운 주민을 위한 지원 확대가 시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스웨덴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들은 장사시설을 신도시 조성 계획 때부터 아예 필수 시설로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 ‘1시·군 - 1화장장’ 설치 법안이 등장한 이후 화장장 신설 부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지자체들이 대안마련을 위해 화장선진국가들의 사례를 곰곰히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 장혜준기자 wshj222@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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