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진화의 모든 것, 고고학 체험실엔 가장 오래된 미라도 전시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머문 연천 전곡리에 하이브리드 전곡선사박물관(관장 배기동)이 들어섰다. 지난 1978년 구석기시대 최첨단 문명의 상징인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발견으로 세계가 주목했던 곳.
그 역사는 곧 한반도, 나아가 동아시아의 역사로 기록됐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700만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인류가 생생한 모습으로 되살아 났다. 그 모습도 그렇지만 구석기시대에 이미 동물의 뼈로 만든 플루트와 진흙으로 만든 트럼펫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구석기시대 유적과 전 세계의 화석인류와 동굴벽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곡선사박물관이 지난 4월 25일 개관했다.
‘선사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개관식에서는 주먹도끼를 발견한 故 그렉보웬의 부인 이상미씨가 발굴 당시 사용된 유품을 전달하는 행사도 함께 열렸다.
전곡선사박물관은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총 사업비 482억원을 투자해 7만2천599㎡ 부지에 건축면적 5천350㎡(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건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선사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최첨단 디자인으로 설계된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프랑스 X_TU사가 설계한 길이 101m, 폭 40m, 최고높이 6.4m의 외관은 뱀처럼 구불대는 곡면 형태에 수만 장의 스테인레스 판이 외벽을 덮고 있어 햇빛을 받으면 은빛 비늘처럼 반짝인다. 양쪽 언덕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외형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구석기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입구에서 1층 상설전시실로 올라가면 선사시대의 화석인류, 동굴벽화, 기후별 동물과 자연환경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상설전시실은 전시실별 구분 없이 오픈전시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중앙에는 ‘인류 진화의 행진’이란 제목으로 700만년 전 인류인 투마이에서부터 1만년 전의 만달인까지 14개의 전 세계 화석인류가 전시돼 있다. 마치 걸어서 전시관 밖으로 나올 것처럼 머리카락 한 올부터 골격, 주름 하나까지 생생히 복원돼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복원가 엘리자베스 데인스의 작품이다.
좌우에는 사바나기후에서부터 아열대기후, 냉대기후, 전곡리가 속해있던 온대기후까지 기후별 동물과 수목들을 재현해 놓았다.
안쪽에는 ‘동굴벽화 탐험’ 전시가 이어진다. 프랑스 등에서 나온 동굴벽화인 알타미라, 라스코 등을 재현해 관람객들이 횃불로 된 랜턴을 들고 직접 어두컴컴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 세계적인 벽화들을 구경할 수 있다. 마치 선사시대로 돌아간 듯 모험심을 불러일으킨다.
입구에는 매머드 뼈로 만든 움집이 재현돼 있다.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나온 매머드움집으로, 매머드 100마리 분의 턱뼈가 사용됐다.
로비를 지나 고고학 체험실 쪽으로 이동하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라 중 하나인 ‘외찌미라’가 눈길을 끈다. ‘외찌미라’를 통해 선사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터치스크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불피우기, 가죽옷 만들기, 동물 뼈와 조개 등을 활용한 장신구 만들기, 벽화그리기 체험 등 다양한 고고학체험을 할 수 있다.
박물관의 지하에는 12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강당과 기획전시실이 들어서 영화, 음악·무용 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박물관 옥상 밖으로 나가면 한탄강과 연결된 산책로를 따라 강변까지 갈 수 있다.
12월까지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화석자료, 표본, 키트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고고학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전화(031-830-5600) 및 이메일(jgpmedu@gmail.com)로 접수하면 된다.
배기동 관장은 “사람들이 어떤 석기를 만들었고, 무엇을 먹었고, 어떤 진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됐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선사시대에 관심 있는 어린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물관 개관에 이어 5월 4일부터 8일까지 닷새 동안 박물관 인근 선사유적지에서 개최된 ‘연천전곡리 구석기축제’에는 95만명의 인파가 몰리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곡리안의 숨소리’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축제는 전곡선사박물관 개관에 맞춰 13개국이 참여하는 선사체험 국제교류전을 비롯해 연못에 들어가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물고기잡기체험’과 주먹도끼로 직접 고기를 자르고 구워 먹을 수 있는 ‘구석기바비큐체험’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져 가족단위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박물관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하절기 9시)이며 연중무휴다. 관람료는 일반 4천원, 중·고교생 2천원, 초등학생 1천원. 도민은 개인에 한해 50% 할인된다.
글 윤철원기자 ycw@ekgib.com
사진 전형민기자 hmje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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