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와 정부의 대처

최근에 경북 왜관의 미군부대에 고엽제를 땅속 깊이 매몰한 일이 있다는 미군 참전용사의 폭로가 있었다. 그 소식이 널리 전해질 무렵 국회에서는 때마침 유영숙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었다. 당연히 유영숙 후보자에게 고엽제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청문회는 끝났지만 고엽제 매몰 소식이 우리 국민에게 던진 우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크게 세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우선은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내 미군 주둔지에서 고엽제 매몰 행위가 더 있었는지, 그것이 우리 국민의 건강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명확히 조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행정협정(SOFA)에서 정한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와 같은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함에 있어 만에 하나라도 방해가 되거나 장애를 초래하는 요소가 있다면, 정부는 이번 기회에 SOFA의 관련 조항을 고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고엽제 후유의증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의 문제다.

 

현행법은 고엽제로 인한 피해와 관련, 국가의 지원대상을 ‘베트남 참전 용사’와 ‘휴전선 남방 한계선에서 군복무를 한 제대 군인’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행법의 태도는 앞으로 더 이상 유지되기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 왜관 미군기지에서의 고엽제 매몰 등이 사실로 밝혀지고 더 나아가 국내의 다른 여러 미군기지 또는 대한민국 영토의 어느 곳이든 간에 고엽제가 매몰 투기되는 등으로 국토가 오염되고 국민의 건강이 침해되었다고 한다면 어찌 되는가?

 

마땅히 그로 인한 피해를 입은 우리 국민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현행 법률은 지원대상을 위와 같이 한정함으로써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입법기관인 국회가 나서야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법률의 개정 후에는 막대한 재정투입이 예상되고 보상과 관련한 세세한 절차들이 모두 규정되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환경부와 국방부 그리고 국가보훈처 등 관련 정부 부처가 국회의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조속히 입법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주한 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을 손보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휴전선에 접해 있어 수도방위를 위한 최전선이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난 우리 경기도에는 최근까지 주한 미군의 대부분이 주둔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한강 이북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부대의 한강 이남으로의 철수라는 당면과제에만 역량을 투입하는 나머지 미군에게 공여되었던 주둔지와 그 주변지역의 발전에는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있다.

 

주한 미군에게 우리 정부가 공여할 수밖에 없었던 미군부대지역이 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철수함으로써 반환되게 되었는데 이처럼 반환된 구역과 그 주변지역의 발전을 지원키 위해 마련된 법률이 위 법률이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고엽제의 존재가 현실화될 국면에 처한 이상 미군이 반환한 공여구역과 그 주변 지역에 국민의 건강을 침해하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의 존재를 전제로, 한미행정협정에 따른 조사와 별도로 우리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독자적으로 수행해야 할 정책과 지원에 관한 내용을 입법하는데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에 발생한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개국 이래 지금까지 주한미군의 존재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면서 오직 나라가 잘되기만을 기다려 오면서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던 우리 국민, 특히 경기도민의 나라를 위한 사랑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생한 분들이나 나라를 위해 고통을 감내한 국민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표하고 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국가요 정부라고 할 것이다. 그러한 감사의 마음이 없고 지원의 의사가 없거나 행동할 능력이 없다면 정부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손범규 국회의원(한·고양 덕양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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