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대안을 찾아서] (2) 창의교육 선구자 덴마크 초·중등 교육

학생 개성·자율성 존중 “학교가 제일 재밌어요”

덴마크 교육을 대표하는 주제어가 있다면 바로 ‘자유’라는 단어다. 덴마크에는 취학의무가 없고 아이들을 교육시켜야만 한다는 교육의 의무만 존재하고 있으며 철저히 부모들의 교육선택의 권리를 보장(공립, 사립, 홈스쿨)하고 있다. 특히 덴마크는 타인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고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독특한 교육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대안 교육이 공교육의 커다란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OECD의 PISA(국제학생학업성취도) 순위가 낮지만 걱정하지 않고 있으며 유연하지 않은 교육과정, 정형화된 교수 방법, 시험과 평가에 의한 순위 매김이 창의력과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코펜하겐 보딩스 자유학교(Bordings Friskole)

 

지난 1800년대 무렵 정부의 허가에 의해 설립된 코펜하겐 내 최대 규모의 자유학교로 400여명의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있었다.

 

학교에 들어서자 건물과 건물 사이의 아스팔트 공간에서 학생들이 공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한국의 학생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다만 한국 초등학교와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한국 학교보다 상당히 시끄럽고 소란스러웠다는 점이다.

 

짖궂은 아이들의 공놀이와 복도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 간식을 먹으며 소란스럽게 떠드는 여학생들 모두 자유로움 그 자체였으며 교사나 학교관계자들의 제지나 꾸중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놀라웠던 점은 복도에서 만난 한 학생이었다. 한창 수업 중인 교실 옆 복도에 9살쯤 돼 보이는 노란머리의 한 남학생이 자리잡고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순간 “한국이나 덴마크나 수업시간에 떠드는 학생에게 벌을 주는 것은 똑같구나”라고 생각했지만 학교를 안내한 헨틱 그리스찬슨 교감의 설명에 이내 무안해질 정도였다.

 

교감 설명에 의하면 책을 읽고 있는 학생은 자신은 수업을 듣기 싫고 책을 읽고 싶다고 담임에게 요청, 담임 허락하에 복도에서 책을 읽고 있다는 것.

 

교감에게 학교운영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땐 입이 쫙 벌어질 정도였다.

 

보딩스 자유학교는 일반 공립학교가 수행하는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지만 과목의 이수 방법이나 교육방법, 교재 등은 일절 규제받지 않고 있다.

 

특히 학교운영은 7명으로 구성된 학부모위원회가 전적으로 관장하고 있는데 교육방법과 교육자료 선택, 학생선발, 교사채용 등을 모두 담당한다. 학부모뒤원회는 예산집행까지 담당하고 있으며 교사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학부모회만 통과하면 교사로 채용,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전했다.

 

‘취학의무’ 대신 ‘교육의무’만 존재

 

자유학교 등 대안학교도 공교육 한 축

 

아이들 자유로운 분위기 속

 

성적 경쟁 없이 특기·창의성 키워가

 

이 학교는 또 역사, 종교, 철학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특성화 학교로도 유명하다.

 

학생들은 정규 교육과정 이외에 일주일에 4-6시간씩 역사, 종교, 철학 과목을 이수하고 있는데 교사들이 관련 도서를 암기하고 와서 아이들에게 이야기 형태로 말해주는 수업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프리스쿨 창립자인 그룬투비와 콜의 철학이 담겨있는 수업방식으로 교사들이 마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수업,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이 학교는 1년에 한 학생당 1만달러의 교육비를 책정, 투자하고 있는데 이 예산의 85%를 지방정부에서 부담하며 학부모들이 나머지 15%정도를 수업료로 내게 된다.

 

헨틱 그리스찬슨 교감은 “본교의 가장 큰 자랑은 아이들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으며 아이들이 자신의 학교로 인식, 학교 오는 것 자체를 즐거워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초등교육(7~16세)

 

1년의 취학전 학교과정과 9년제 초등학교(Folkeskole, 한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결합)와 10학년 과정으로 구성돼 있으며 9년제 초등과정은 의무교육이다.

 

취학전 학교과정과 10학년 과정 이행은 강제 의무교육 대상이 아닌 개인의 선택사항이며 10학년 과정은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전 연결과정으로서 자신의 진로와 전공의 선택을 앞둔 학생이 기숙생활을 하며 사회성을 키우는 과정이다.

 

학교 형태로는 공립국민학교(Folke skole, 81%)와 자유학교(Frie skole,13%), 자유중등학교(Efter skoler, 4%), 특수학교(1%) 등이 있다.

 

공립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20~22명이고 자유학교는 16~17명이며 수업은 보통 8시에 시작돼 저학년은 12시 또는 1시에, 고학년은 2~3시에 수업을 마친다.

 

6세~10세 아동들은 시에서 운영하는 보육기관인 Skolefritid-sordning 또는 Fritidshjem에서 보호를 받으며 10세부터 영어교육이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14세부터 제2외국어를 학습한다.

 

더욱이 덴마크에는 학교 밖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각 시에서 일종의 학원격인 웅돔스쿨을 운영한다.

 

이는 어떤 이유로든 학업에서 뒤처진 아이들, 또는 학업을 포기한 학생에게 무료로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 밖의 교육 시스템이다.

 

■ 중등교육(17~19세)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3년제 일반 중등학교(Gymnasium, 한국의 고교)와 2-3년제 직업학교가 있다.

 

직업학교는 농업, 사회보건, 직업교육연수 등 3분야로 나뉘는 데 과정 수료 후 바로 노동시장에 진출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졸업생이 중등학교에 진학하며, 중등학교 졸업생은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졸업시험에서 취득한 점수(척도 0-13점)와 유관분야 사회경력(군복무, 사회봉사 등)으로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한다

 

학교운영 전반을 학생들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프리 김나지움도 운영되고 있다.

 

■ 고등교육

 

전국에 5개의 종합대학(University, 코펜하겐·오후스·남부 덴마아크·올보오·로스킬드)이 있으며 대부분 학사과정(3년) 이후 석사과정(2-3년)을 밟는다.

 

이밖에 왕립 미술학교(Royal Danish Academy of Arts), 음악 아카데미(Academy of Music), 건축, 디자인 등 3-4년제 특수분야 대학교(College)가 다수 분포한다. 

 

덴마크 코펜하겐=박수철기자 scp@ekgib.com

 

본 기획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헨릭 크리스찬슨 보딩스 프리스쿨 교감

 

학습위주 교육 탈피… 사회성 강화 중점

 

-학교 설립 배경 및 연혁은.

 

프리스쿨(자유학교)는 지난 1800년 무렵 정부의 허가에 의해 설립됐다. 당시 구룬투비라는 창시자가 농부들을 위해 고등국민학교가 필요하다고 주장, 정부의 교육제도를 따르는 테두리 안에서 설립된 일종의 사립학교라 할 수 있다.

 

현재 30여명 이상의 학부모가 모여 프리스쿨을 설립하고 싶다고 원하면 누구든지 설립할 수 있다.

 

-프리스쿨의 학교 운영방식은.

 

프리스쿨의 운영은 학부모들이 조직한 부모위원회가 전적으로 관여하게 되는 데 교육방법, 교육자료 선택, 학생선발, 교사채용 등 사실상 학교운영 전반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부모위원회가 교사들까지 채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교의 특정 과목 교사는 교사 자격증이 없는 전문가들로 채용돼 있다. 예산 배정 및 사용방법 등 모든 결정은 학부모위원회가 담당한다.

 

-학교의 구성원 및 규모는.

 

현재 본교에는 학부모위원회가 7명의 학부모로 구성돼 있으며 교사 20여명, 학생 400여명 등이 배정돼 있다.

 

학생들은 1학년부터 9학년까지 모두 20개 학급으로 분류돼 있으며 1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20명이다.

 

-학교가 가장 중점을 두는 교과 및 분야는.

 

본교는 코펜하겐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프리스쿨로 역사, 종교, 철학에 중점을 두고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이같은 수업은 아이들이 자아를 알게되고, 아이들이 몸으로 음악, 그림, 공예 등을 통해 체험하고, 이를 통해 자신과 계획에 대해 명확히 인식, 앞으로의 적성과 특기를 찾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본교는 지나치게 학습 위주의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굳이 교육비를 부담하며 프리스쿨을 보내는 이유는.

 

학교의 생각과 부모의 생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프리스쿨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단지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을 키우는 것을 중시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본교를 비롯한 프리스쿨에 다니는 아이들은 굉장히 기쁘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굉장히 사교적이며 학부모들은 이 학교가 자신의 학교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프리스쿨은 선생님이 과거부터 오랫동안 해왔던 교육방침을 말하고 끝내는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의 역할 일부를 학생들에게 시키는 등의 체험을 통해 학생들을 사회성 많은 사회인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박수철기자 scp@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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