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공세” vs “명백한 불법도청 증거”
여야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지난 24일 전체회의에서 한선교 의원(한·용인 수지)이 한 발언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 의원은 회의에서 “이것은 틀림없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발언록 녹취록이다. 그냥 몇 줄만 읽겠다”면서 모 최고위원(천정배 최고위원으로 밝혀짐)의 발언을 소개한 뒤 “이 발언이 거짓이라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 의원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도청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한나라당은 국면전환용 정치공세라고 반박하고 나서 진위공방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수원 영통)는 26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6월23일 민주당 국회 당대표실의 도청사건은 KBS 수신료 문제를 논의한 자리였고 완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였다”며 “그런데 회의의 녹음을 아직 풀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 의원이 ‘이것이 발언록, 녹취록이다’라며 최고위원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읽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이 도청사건이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중대사안으로 보고 불법도청진상조사위를 구성하는 한편 수사의뢰를 경찰에 요청할 것”이라면서 “국회의장에게 민주당 당대표실을 비록한 국회 시설 전체에 대한 도청여부 점검을 요구하고 도청사건 관련자에 대해 끝까지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장선 사무총장(평택을)도 오후 ‘불법도청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당대표가 도청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해 몇 번이나 검토했는데, 최종적으로 누군가 녹취를 해서 받아쓰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정치공세라고 강하게 반반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을 통해 “김대중 정부 시절에나 있었던 불법도청이 마치 지금 행해진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극히 시대착오적”이라며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그것도 국회에서 불법도청이 행해질 수 있겠으며, 만약 불법도청이었다면 공공연하게 상임위에서 내용을 언급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안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TV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여야 합의를 해놓고, 민주당이 좌파 시민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은데 이어 합의를 깨고 국민들과 언론들로부터 비판을 받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내놓은 국면전환용 정치공세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만약 민주당이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한다면 수사를 통해 진실을 명백히 밝히면 될 것”이라며 소모성 정치공세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한 의원은 “측근이 민주당으로부터 메모 형식으로 흘러나온 것을 정리한 발언록”이라면서 “민주당이 도청 주장을 하려면 증거를 대야 한다”고 반박했다. 강해인·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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