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공장 '도미노 폐업' 초읽기…왜?

‘업계 1위’ 풀무원, 中企 적합업종 선정대상서 제외
도내 업체 “혹시나 했는데…대책마련을” 불안감 확산

남양주시에서 두부공장을 운영하는 김모씨(54)는 올해초 10년간 함께 일했던 직원 8명을 떠나 보냈다. 지난 몇년간 소매시장을 풀무원 등 대형업체에 잠식당하면서 벌써 30년째 두부를 만들고 있는 그에게 남은 것은 빚뿐이다. 수금이 어려운 영세 슈퍼마켓과의 거래를 끊고 식자재 시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업체간의 과당경쟁과 납품업체의 가격후려치기로 1년 전보다 매출이 30%나 줄었다.

 

이처럼 도내 두부 생산업체들의 어려움이 극에 달한 가운데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대상을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제한, 두부업계 1위인 풀무원이 시장을 유지하게 되면서 도내 두부생산업체들의 절망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10일 서울·경기 두부류 및 묵류 제조업 협동조합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영업 중인 두부 생산업체는 모두 400여곳으로, 10인 이하의 영세 사업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경영악화로 빚만 쌓여가고 있는 실정인데다 판로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도내에서만 매년 20여개의 두부공장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향후 5년내에 영세 두부업체 대부분이 폐업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양주시 A두부공장은 지난 몇년간 경영수지가 크게 악화되면서 올해 초 공장 문을 닫았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등에서 식료품을 구입하는게 일반화되면서 소매상 같은 거래처가 크게 준데다 원료인 콩의 가격이 10년 전에 비해 2배나 뛰면서 더 이상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파주시 B두부업체도 하반기 중 두부공장을 일부 정리하기 위해 설비와 인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 업체는 파주 장단콩을 사용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소비자 대부분이 중소업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두부시장의 76%를 점유하고 있는 대형업체들의 제품을 선택하면서 중소기업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도내 두부 생산업계 관계자는 “문닫기 직전의 업체들까지 이번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소식에 희망을 가졌었다”며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업체를 제외키로 한 것은 사실상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두부를 제외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시장을 재분배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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