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다음달 5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저축은행 국조특위(위원장 정두언)의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국조특위의 여야 간사가 한나라당 차명진(부천 소사)·민주당 우제창 의원(용인 처인) 등 도내 재선 의원이어서 기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11일 이번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규정, 김황식 국무총리 등 현 정권 인사들을 대거 증인대에 세우겠다며 공세를 펴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전 정권 핵심인사와 김진표 원내대표(수원 영통) 등 현역 야당 지도부 인사까지 거론하며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특위는 이날 부터 사흘간 간사협의를 거쳐 오는 14일 전체회의를 통해 증인 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나 여야간 입장차가 커 15일부터 예정된 예비조사가 제대로 시작될 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야, 여권 실세 요구 = 민주당은 김 총리와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구속중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증인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김 총리의 경우, 감사원장 시절 저축은행 감사 당시 “오만군데서 압력이 들어왔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 압력을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나 여당은 김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충분히 설명했고, 현직 총리가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예가 없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또한 부산저축은행 그룹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의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구속)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 박지만씨와 부인 서향희씨도 증인채택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 등과 자주 어울린 것으로 전해진 이웅렬 코오롱 회장과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등 경제계 인사도 증인채택을 주장하며, 특히 부산저축은행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과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총 30~40명 안팎의 증인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 야당 지도부 요구 = 한나라당은 김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전·현직 원내대표를 1차 타깃으로 삼으며, 역공을 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투자 프로젝트 관여 의혹’을 묻겠다는 것이며, 박 전 원내대표는 ‘보해저축은행 구명로비 의혹’을 추궁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경우,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주장한 의혹 뿐이어서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니며, 박 전 원내대표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저는 나가겠다”며 “박지만 서향희씨 등도 떳떳하게 증인 출석해야 한다”고 역공을 펴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특히 강원저축은행 비리 검사과정에서 압력을 넣은 의혹이 있다는 일부 보도를 문제 삼아 특위 민주당 간사인 우 의원까지 증인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7·4전당대회에서 “저축은행 사태는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정책잘못 때문에 일어난 것인데 지금 정부가 다 뒤집어 쓰고 있다”고 비판했던 만큼 전 정권의 이헌재·진념 전 경제부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명단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는 중이다. /강해인·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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